[한경데스크] 양성평등에 거액 후원한 마윈
지난달 29일 유엔여성기구(UN Woman)가 양성평등 확대를 위해 개최한 리더스포럼.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의 멜린다 게이츠를 비롯해 거액의 후원을 약속한 기업인에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멜린다(100만달러)보다 많은 500만달러를 기부한 마윈 회장은 “민간 부문이 양성평등 확대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 찬사를 받았다. 나아가 “알리바바가 기술의 힘으로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세계적 가치에 앞장서는 중국

중국의 신흥 대기업 오너가 양성평등이라는 세계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제적 후원에도 앞장서는 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서구의 많은 기업들은 몇 해 전부터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금지뿐 아니라 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을 끌어안기 위해 매년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하고 직원 구성 비율을 다양화하겠다는 목표 수치까지 제시해 왔다. 이미 ‘주요 2개국(G2)’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앞선 과학기술을 선보이는 등 ‘굴기’에 성공한 중국 민간기업도 세계를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겠다는 ‘세계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면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선 학교부터가 그렇다. 초·중·고교에서 다문화 자녀나 새터민,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비교적 동질한 집단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이 일상화돼 있다. 물리적인 학교 폭력은 줄었지만 은근한 따돌림이나 사이버 폭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학은 한술 더 뜬다.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서울대조차 학생들이 서로 어떤 입학전형으로 들어왔느냐를 따지며 ‘벌레 충(蟲)’자를 붙여 폄하하는 일도 벌어진다. 지역균형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지균충’, 기회균형으로 들어오면 ‘기균충’,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정시충’으로 부르는 식이다. 어느 대학의 입시 커트라인이 높은가를 놓고 사이버상에서 상대방 학교를 비하하는 대학생들의 ‘훌리건 전쟁’은 법정 소송으로 비화했을 정도다.

직장에서도 따돌림 심한 한국

직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취업포털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 열 명 중 세 명이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해봤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상사가 주로 따돌림을 주도하지만 입사동기, 심지어 후배가 한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거나 회식 등에 부르지 않는 등 따돌림 유형은 학교에서와 비슷하다. 학교에서 시작된 차별이 직장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다양성이 경쟁력인 시대다. 선진국은 의도적으로 다양성을 앞세워 나보다 못한 이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 포용을 강조하고 있다. 그 대열에 이제 중국 기업들도 합류하고 있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을 내세운 편 가르기가 여전하다. 피부색과 얼굴 모양새가 다른 외국인을 받아들일 준비도 덜 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전반에 차별이 일상화돼 있다. 이래 가지고는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된다는 것은 꿈 같은 얘기다.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가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을 뛰어넘는 다양한 인재 확보가 싱가포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듯이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국가경쟁력의 첫걸음임을 되새겨 봐야 한다.

정태웅 지식사회부 차장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