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이 다음달 1일까지 진행하는 온라인 경매에 출품된 양달석의 ‘바다가 보이는 초원의 소와 목동’.
K옥션이 다음달 1일까지 진행하는 온라인 경매에 출품된 양달석의 ‘바다가 보이는 초원의 소와 목동’.
기업이 구입한 500만원 이상 미술품은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받아 취득·관리 비용에 비과세 혜택이 있다. 예컨대 A기업이 은행에서 연 3%의 금리로 대출받아 1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샀을 때 연간 금융비용(300만원)에 대해 손비 인정을 받아 법인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기업이 구입한 미술품을 ‘업무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회사 자산으로 등록하고 사무실과 로비, 복도 등 업무 공간에 반드시 걸어야 한다. 또 6000만원이 넘는 생존 작가의 그림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이 같은 세제 혜택을 보면서 회사 분위기를 산뜻하게 꾸밀 목적으로 그림을 살 수 있는 대규모 온라인 경매가 열린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다음달 1일까지 진행하는 ‘큰 그림 온라인 경매’에는 작고 작가 양달석과 이만익의 유작을 비롯해 김종학 유병엽 김창열 이왈종 이석주 배병우 오치균 사석원 황주리 등 유명 화가 81명의 100~500호 대작 90점(추정가 14억원)이 출품됐다. 기업 미술품 소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작품값을 시중보다 50% 정도 낮췄다. 큰 그림이 필요한 기업은 물론 골프장 호텔 미술관 등에서 양질의 작품을 싼 가격에 구입할 좋은 기회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부산미술의 1세대 화가 양달석(1908~1984)의 1969년 작 ‘바다가 보이는 초원의 소와 목동’. 목가적인 풍경을 독특한 기법으로 그린 동화 같은 작품으로 추정가는 9000만~1억2000만원이다. 1970년대 부산에서 이 작품을 구입한 소장자가 40여년 만에 처음 내놨다는 게 K옥션 측 설명이다.

‘원색의 화가’ 류병엽의 500호 대작 ‘정선의 여름’도 나온다. 2007년 갤러리 현대에서 연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으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친숙한 일상을 부드러운 곡선과 강렬한 원색으로 화려하게 담아냈다. 경매 시작가는 9000만원.

‘바람결 작가’로 잘 알려진 안병석의 대작도 경매에 부쳐진다. 추정가 7000만~1억2000만원에 나온 이 그림은 바람에 따라 일렁이는 풀밭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김종학의 ‘설악 풍경’은 1억2000만원에 경매가 시작되고, 김창열의 ‘물방울’시리즈(추정가 7000만~1억2000만원), 이만익의 ‘탈출’(4000만~8000만원), 이왈종의 ‘제주생활의 중도’(4500만~6000만원), 이두식의 ‘도시의 축제’(1000만~2000만원), 이석주의 극사실주의 작품(3000만~4000만원), 손장섭의 금강산 그림(2500만~4000만원) 등도 할인된 가격에 나온다. K옥션 홈페이지(k-auction.com)에 접속해 등록하면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24시간 응찰할 수 있다. 다음달 1일 오후 4시부터 10점씩 5분 간격으로 마감한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그동안 현장 경매로 진행했던 큰 그림 경매를 올해부터 온라인 경매 방식으로 전환해 40~50대 기업인의 미술품 구매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02)3479-888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