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7월에도 뒷걸음질쳤다.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또 3.3% 줄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철강을 제외한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등 주력 품목 수출이 중국 미국 아세안 등 주요 시장에서 모두 부진했던 탓이다. 특히 하루평균 수출액은 18억6000만달러로 떨어져 2013년 7월(18억3000만달러) 이후 2년 만의 최저수준이었다. 수출물량이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하긴 했지만, 일회성인 선박 수출액이 57%나 급증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수출단가 급락으로 단시일 내에 수출 회복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줄고 있어 올해 교역규모가 5년 만에 다시 1조달러 밑으로 추락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물론 수출이 안 되는 게 한국만은 아니다. 올 5월까지 세계 10대 수출국가의 수출이 모두 마이너스였고, 이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수출 감소율은 한국보다 더 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그래도 선방한 셈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WTO의 통계를 보면 같은 기간 세계 수출규모는 11.3%, 교역규모는 12.6%나 줄어든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수출의 앞이 보이지 않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중국 성장률 둔화 등 어쩔 수 없는 외부 악재들을 거론하지만, 문제는 나아질 구석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자면서 산업 구조조정도 없고, 고비용 생산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노동개혁이나 규제개혁도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기업을 응원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의 8월 제조업 업황 전망 BSI가 다소 좋아졌다는 게 고작 70으로 기준(100)에 훨씬 못 미쳤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8월 종합경기 역시 90에도 미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3% 성장조차 물 건너가 2%대 중반만 가도 다행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출이 살아나지 않는데 경기가 살아날 리 없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목소리부터 들어보라. 도처에서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점점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