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바이오의약품 공장 판다
마켓인사이트 5월21일 오후 4시50분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매각한다.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기술 수출이 난항을 겪는 데다 핵심 설비까지 매각을 추진하면서 한화그룹이 바이오 사업에서 완전히 손 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충북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매각하기 위해 최근 복수의 업체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았다. 2012년 3만6000㎡ 부지에 지어진 오송 공장의 연간 생산규모는 7000L급이다. 매각 예정가격은 700억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사업 철수 수순 밟아

한화케미칼이 약 1000억원을 들여 완공한 공장을 300억원가량 손해를 보면서까지 처분하려는 이유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오시밀러는 복제 의약품으로 생물의 세포나 조직으로 만든 의약품과 품질, 약효 등이 비슷하다고 검증된 제품이다.

한화는 바이오시밀러 선두주자인 셀트리온은 물론 비슷한 시기에 이 분야에 뛰어든 삼성보다 크게 뒤처져 있다. 삼성은 올 들어 류머티즘 관절염 항체 치료제인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와 또 다른 항체 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유럽 의약품감독국에 잇따라 허가 신청을 냈다.

반면 한화는 2012년 다국적 제약사 머크와 맺은 7808억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판매 계약이 깨지는 등 관련 사업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1월에서야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다빅트렐’의 국내 허가만을 받았다. 오송 공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생산 허가를 받지 못해 제품 생산을 의약품위탁생산(CMO)업체인 바이넥스에 맡기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오송 공장에서 다빅트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식약처 실사 등을 거쳐 ‘제조시설 변경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만 1~2년이 걸리고 수십억원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올 1월 머크와 전행한 기술 수출 협상도 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폴 콜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한화케미칼 임원들이 작년 11월 대거 경질된 것도 한화의 바이오 사업 철수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바이넥스 인수 유력

한화케미칼 오송 공장의 인수 유력 후보로는 바이넥스가 꼽힌다. 순천당제약이 전신인 바이넥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598억원가량 중 31.7%인 약 189억원을 위탁생산으로 벌었다.

바이넥스는 자체 바이오의약품 공장이 없다. 2009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의약품 제조 설비(6000L급)를 10년 동안 위탁 운영하고 있다. 2013년 바이넥스의 최대주주가 된 일본 제네릭(복제약) 1위 업체 니치이코의 자회사 에이프로젠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의약품 공장이 필요하다.

바이넥스는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8일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총 4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 자금에 보유 자금을 더해 한화케미칼의 오송 공장을 인수할 계획이다.

조미현/정영효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