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곳 같은 어프로치 샷 > 리디아 고가 24일 미국 LPGA투어 스윙잉스커츠클래식 1라운드 6번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송곳 같은 어프로치 샷 > 리디아 고가 24일 미국 LPGA투어 스윙잉스커츠클래식 1라운드 6번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8·뉴질랜드)가 소녀에서 성인이 된다. 리디아 고는 25일(한국시간) 자국에서 법률적으로 성인이 되는 만 18세 생일을 맞는다. 그는 성인이 되는 소감에 대해 “내일 아침이 돼야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다”며 담담히 말했다. 2주간 휴식을 취한 여왕의 샷은 매서움을 되찾았다. 10대에 이미 골프 여왕에 등극한 리디아 고는 우승으로 성인식을 장식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휴식 기간 퍼트 가다듬어

리디아 고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레이크머세드GC(파72·6507야드)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스윙잉스커츠LPGA클래식 1라운드에서 2년 연속 우승을 향한 샷을 날렸다.

리디아 고는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6개를 쓸어담으며 5타를 줄였다. 합계 5언더파 67타를 친 리디아 고는 장하나(23·비씨카드) 등 2위 그룹을 1타 차로 제치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리디아 고는 작년 이 대회에서 감격적인 LPGA투어 첫 승을 거뒀다. 그는 이 대회에서 우승한 날짜를 오른쪽 팔뚝에 문신으로 새기며 강한 집념을 드러내왔다.

리디아 고는 2주 전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51위에 그친 뒤 충분히 쉬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연속 언더파 세계 기록(30라운드 연속 언더파)에 도전하던 리디아 고는 기록에 대한 심적 부담 탓인지 2~4라운드 연속 오버파를 기록했다. 리디아 고의 스승인 골프 교습가 데이비드 리드베터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슬럼프가 우려된다”며 “강도 높은 훈련보다 적절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디아 고는 스승의 조언에 따라 지난주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챔피언십을 건너뛰고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다. 리디아 고는 휴식 기간 영국의 교습가 마크 스위니를 찾아가 퍼트감을 가다듬었다. 스위니는 한쪽 손가락을 활용해 퍼트라인을 읽는 ‘에임포인트(aimpoint) 시스템’을 체계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승들의 조언이 효과를 발휘했다. US여자오픈을 연상시키는 좁은 페어웨이와 유리알 그린에서도 리디아 고의 공은 홀컵으로 쏙쏙 들어갔다. 13번홀(파4)에선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14번홀(파5)에서는 세 번째 샷으로 깃대를 맞추며 샷 이글을 기록할 뻔했다. 리디아 고는 “2주간의 휴식이 도움이 됐다”며 “까다로운 코스라서 공격적으로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세영, 유리알 그린에 발목

레이크머세드GC의 유리알 그린은 많은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렉시 톰슨(미국)은 12번홀(파3)에서 1m도 안되는 거리의 버디 찬스를 놓친 뒤 3퍼트를 했다. 망연자실한 톰슨은 이후 4개홀에서 보기 2개를 더하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지난주 롯데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을 거둔 김세영(22·미래에셋)도 번번이 짧은 퍼트를 놓치며 2오버파 74타, 공동 56위에 머물렀다.

김세영과 우승을 다퉜던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1오버파 73타 공동 43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스탠퍼드 동문의 응원 속에 경기에 나선 미셸 위(미국)는 좁은 페어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한 샷으로 3오버파 공동 82위에 그쳤다. 144명의 출전 선수 중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27명뿐이었다.

톱 랭커들의 고전 속에 최고령 출전자 줄리 잉크스터(55·미국)의 분전이 돋보였다. 잉크스터는 정확한 샷으로 버디 6개, 보기 2개를 기록하며 4언더파 68타를 기록해 공동 2위에 올랐다. 장하나는 잉크스터, P K 꽁끄라판(태국)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우승을 노린다. 최나연(28·SK텔레콤)도 3언더파를 치며 공동 5위에 올라 리디아 고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