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엘리베이터가 국내에 설치됐다. 누적 설치 대수는 처음으로 50만대를 넘었다. 올해도 건설경기 회복세를 타고 누적 설치 대수가 55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경기 봄바람…엘리베이터 시장 "쑥쑥 올라갑니다"
현대엘리베이터 8년째 점유율 1위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2010년 이후 4년 연속 성장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신규 엘리베이터 설치는 2만5323대였는데, 지난해에는 3만4423대로 늘었다. 1910년 국내에 엘리베이터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누적 설치 대수는 52만6676대였다.

특히 5층 이하 건물과 15층 이상 건물에 설치되는 엘리베이터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5층 이하 건물에는 지난해 1만3527대가 설치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18%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15층 이상 건물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수는 2013년 6007대에서 지난해 8038대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15층 이상 건물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늘어난 것은 고층건물 자체를 많이 짓는 추세에 따른 것”이라며 “5층 이하 건물의 경우 과거 엘리베이터를 거의 설치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한국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와 독일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미국계 오티스엘리베이터 등이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시장의 약 47.9%를 차지하고 있다. 티센크루프와 오티스는 각각 18.9%, 12.6%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계 미쓰비시엘리베이터와 독일계 쉰들러엘리베이터 등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7년부터 8년째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2005년까지만 해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에 그쳤지만 매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오티스 등 일부 외국계 업체가 공장을 해외로 옮긴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에서 제품을 빠르게 생산·공급한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매출 1조2110억원, 영업이익 1288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한때 시장 1위였던 오티스는 2013년부터 티센크루프에도 밀렸다.

신규 설치 시장과 별개로 유지·보수 시장도 커지고 있다. 설치된 엘리베이터 수가 늘어났고 안전에 대한 의식이 강화된 결과다. 2010년 5000억원대 규모였던 유지·보수 시장이 지난해 7000억원대로 늘어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건설경기 회복…신규 수요 꾸준히 증가

엘리베이터 시장은 당분간 확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 내 지배적 전망이다. 현재 성장세에다 건설경기 회복세까지 더해지면 내년에는 총 4만대 이상의 신규 설치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엘리베이터는 아파트 등 건축물의 건설이 어느 정도 완료된 이후에 설치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경기는 건설 경기보다 1~2년 후행한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재개발·재건축 바람은 내년 이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2014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국내 건축경기 회복과 재개발·재건축 증가로 엘리베이터 업계의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신규 설치는 3만6800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리베이터 업체들은 초고속 엘리베이터, 신소재 엘리베이터 등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부산국제금융센터에 국내에서 가장 빠른 분속 600m(상용 엘리베이터 기준)짜리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경기 이천에 있는 테스트타워에서는 분속 1080m짜리 엘리베이터를 운행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LG유플러스 신사옥에 엘리베이터 두 대를 붙여서 운행하는 ‘더블데크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료했다.

티센크루프는 한 승강로 내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움직이면서 승객을 태우는 ‘트윈데크 엘리베이터’를 이미 7개 현장에 설치한 상태다. 본사에서는 수직과 수평을 자유롭게 오가는 엘리베이터, 로프 없이 운행되는 엘리베이터 등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오티스와 미쓰비시는 현재 건설 중인 123층 제2롯데월드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초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