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사·조무사 '싸움터' 된 치과
지난달부터 전국 치과에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업무영역’을 둘러싸고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 간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관련 법이 정한 ‘업무 범위’와 그 해석을 둘러싸고 양측 간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서다.

의료기사법에는 치과위생사 업무를 스케일링(치석 및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등으로 구체화했다. 반면 간호조무사는 주사, 혈압 측정 등의 진료·수술 보조로 국한시켰다.

의료기사법에 따라 그동안 관행적으로 치과위생사 업무 중 일부를 해왔던 간호조무사들이 아예 이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예컨대 간호조무사는 스케일링 보조업무를 할 수 없다. 반대로 위생사도 주사나 혈압 측정, 임플란트 수술 보조 등을 맡을 수 없다.

그동안 비교적 영역 구분 없이 해왔던 업무가 확연히 나뉘면서 위생사와 조무사 간 다툼이 벌어지게 된 것. 현재 전국 치과 병·의원은 1만6300여곳으로 이 가운데 위생사만 있는 치과가 5500여곳, 조무사만 근무하는 치과도 3500여곳에 이른다.

강정훈 대한치과의사협회 치무이사는 “새 법률에 따라 위생사는 주사를 놓거나 혈압 측정을 할 수 없고 임플란트 시술보조도 할 수 없다”며 “조무사도 스케일링을 할 수 없는데, 현행법상으로는 위생사나 조무사만 있는 치과에서 거의 매일 불법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 이사는 “지금 전국의 일선 치과에서는 터지기 일보 직전의 긴장감이 팽배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갈등을 반영하듯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보건소에는 익명의 제보자가 모치과의 간호조무사를 신고했다. 제보자는 환자에게 스케일링을 시술하는 조무사 모습을 촬영해 보건소에 제출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