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차량 판매 성수기인 작년 말 미국에서 차종별로 평균 2064달러를 깎아줬다. 세계 판매량 800만대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 것이다. 최근엔 더 파격적인 할인 프로그램을 내놨다. 차량에 따라 최고 3250달러까지 깎아주고 있는 것. 엔저 효과에 힘입은 일본 완성차 업체에 대응하고 미국 시장 점유율 8%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60개월 무이자에 1500달러 할인

"미국 점유율 8% 탈환하라"…현대차, 60개월 무이자·캐시백 확대
그동안 현대차는 미국에서 36개월이나 48개월 무이자 할부로 차량을 판매해왔다. 종종 연말에 한시적으로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했다. 그것도 판매량이 적은 차종을 ‘떨이’로 내다팔 때나 쓰던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베스트셀링카에 60개월 무이자 할부를 해주는 파격 할인에 들어갔다. 지난해 처음으로 세계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한 엘란트라(아반떼)와 완전변경 모델이 나온 지 1년도 안된 쏘나타가 대상이다. 무이자 할부뿐 아니라 1000달러 이상의 할인 혜택도 동시에 주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옵티마(K5)도 쏘나타와 비슷한 조건이다. 경쟁 차량인 도요타 캠리(48개월 무이자 할부)보다 훨씬 나은 혜택이다.

국내에선 보통 36개월 무이자 할부가 마지노선으로 통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선 차종별로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이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현대차가 대표 차종에 대해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주는 것은 그만큼 미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단은 할인율을 높이고 시장이 커지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해서는 목돈 부담 없이 소액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리스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파격 할인으로 점유율 회복

"미국 점유율 8% 탈환하라"…현대차, 60개월 무이자·캐시백 확대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일본 완성차 업체에 맞서기 위해 파격 할인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엔저 효과에 힘입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는 1년 전보다 6.2% 판매량을 늘리며 점유율을 14.36%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닛산과 스바루도 0.4%포인트씩 늘린 8.39%, 3.1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2011년 8.9%로 미국 시장에서 처음 8% 벽을 넘어선 뒤 2013년까지 3년 연속 8%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다 엔저로 일본 업체들이 부활하고 미국 업체들이 신차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지난해 점유율이 7.95%로 떨어졌다. 지난해 현대차는 유럽과 중국에서 도요타를 큰 차이로 앞섰지만 미국에선 131만대를 팔아 도요타(237만대)에 크게 뒤졌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미국에서 연초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수기인 지난 1월에 차종별로 딜러들에게 주는 인센티브를 평균 2020달러로 책정했다가 지난달엔 2100달러로 늘렸다. 성수기인 작년 11월(2002달러)과 12월(2064달러)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달 들어선 도요타보다 나은 할인 조건을 내걸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 도요타는 코롤라에 대해 48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만 주지만 현대차는 아반떼를 살 때 60개월 무이자 할부에 1500달러 할인까지 해주고 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현대·기아차가 축적된 재고를 바탕으로 연초부터 미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3월부터 미국 시장 점유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