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친노, 싸울 때는 싸우지 않고 먹을 게 생기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나에게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모두 당선시킨 승리의 DNA가 흐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지원 후보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두 분 대통령의 선거 과정에서 모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사람이 우리 당에 세 명 있는데 바로 김한길 이해찬과 바로 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후보는 경쟁 상대인 문재인 후보가 ‘혁신’과 ‘이기는 정당’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데 대해 “문 후보는 (계파 청산을 위해) 당직이나 공천에서 측근을 배제하겠다는 식의 추상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며 “구체성이 없다면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공천심사위원회 폐지와 비례대표 석패율제 또는 6대 전략지역 비례대표 할당제 도입, 민주정책연구원 시·도지부 설립 등을 포함한 10대 정치혁신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도 토론회 등에서 거의 비슷한 내용의 구상안을 내놨으나 구체적인 공약 형태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박 후보는 문 후보를 비롯해 친노(노무현)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후보는 “친노는 싸울 때는 싸우지 않고 뭐 먹을 게 생기면 벌떼같이 달려든다”며 “(2013년 ‘NLL 대화록’ 논란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누가 얘기했나. (문 후보) 본인이 그렇게 불 질러 놓고 그냥 도망쳐 버렸다. 정작 내가 맞서 싸웠는데 나중에 문 후보한테서 고맙다고 전화 오더라”고 했다. 박 후보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도 수많은 친노 중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저마다 자기는 돈 안 먹었다며 발뺌했다. 그때도 내가 (노 대통령의 불구속 기소를 탄원하는) 서명을 받으러 다녔는데 아무도 안 했다. 대통령이 서거하고 나니 몇 사람 와서 하더라. 다 끝났는데…”라고 했다.

박 후보는 지난 2년간 새정치연합이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에는 “바로 그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문 의원이나 이인영(당 대표 후보)을 비롯한 486(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한 게 뭐가 있느냐. 누가 제일 (정부·여당에 맞서) 할 말을 하고 잘 싸우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공격을 문 후보 측이 ‘네거티브 공세’로 치부하는 데 대해 “없는 사실이나 있더라도 과장해서 얘기하는 게 네거티브인데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왜 네거티브냐”며 “있는 사실도 말하지 않은 게 더 많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기업인 가석방’을 옹호했다가 당내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현재 수감 중인) 이재현 회장(CJ그룹)은 신장이식 수술까지 했다. 구치소 의무과에서도 수용이 어렵다고 한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줘서는 안 되지만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