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지방교육재정에 편성 의무화
지방정부 재정은 일반재정(예산+기금)과 교육재정으로 나뉜다. 각 시·도교육청이 관리하는 교육재정은 매년 예산이 넘친다. 학생 숫자는 줄어드는데 중앙정부에서 지원받는 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자동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로 고정돼 있어 매년 세수 증가폭만큼 자동으로 증가한다. 시·도교육청은 풍족한 예산 덕분에 무상급식 등에 돈을 쓰고도 남는다. 선거철마다 교육감 후보들이 무상급식처럼 교육 관련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는 이유다.

반면 일반재정을 관리하는 각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돈 부족에 시달린다.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 지원금은 한정돼 있는데 기초연금 등 복지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기 때문이다. 자체 세원(稅源)도 부족해 세수도 빠듯하다. 이런 이유로 각 지자체는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중앙정부 지원을 늘리라고 요구한다.

국민경제자문회의가 22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가·지자체 재정관계 재정립 방안’은 이 같은 만성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담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 도입 이후 20년간 유지된 지방재원 이원화(일반재정과 교육재정) 체계를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지방재정을 통합하면 시·도교육청의 자체 예산편성 권한이 크게 줄어든다. 정부는 내년 4월까지 확정안을 내놓고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시·도 교육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의 지방재정에 제도적 적폐가 있으면 과감하게 개혁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지방재정 단일화에 맞춰 현재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갈등을 빚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도 의무지출 항목으로 지정해 지방교육재정에 우선 반영토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도 교육감들이 선거에서 공약한 무상급식 등에 예산을 낭비해 놓고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자체 재정 방만 운영에 대해 중앙정부가 관리 감독 권한을 갖도록 하는 방안도 담았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지자체가 누리과정처럼 의무적 지출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으면 시정을 명령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된다.

1960년대 이후 50여년간 유지된 지방교부세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지방재정 부족액을 기초로 산정해 지자체별로 배분하지만, 노인 인구 비율 등 복지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지방 세수를 확충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