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기 현대·기아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 연료전지개발실장(가운데)과 연구원들이 부품 내구성 실험 과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안병기 현대·기아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 연료전지개발실장(가운데)과 연구원들이 부품 내구성 실험 과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경기 용인시 마북동 현대·기아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 이곳은 기름이나 가스, 배터리 대신 수소로만 움직이는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개발하는 현대차그룹 미래기술 연구의 본산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등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을 허용한 3층 ‘소형BB(전자회로 등을 담은 판) 시험실’에서는 수소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의 내구성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안병기 현대차 환경기술연구소 연료전지개발실장은 “5년 안에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가능한 수소연료전지차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차 개발에 착수해 2000년 11월 첫 차량을 만든 후 지금까지 14년 동안 430만㎞를 시험 주행하며 내구성 및 연비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지난해 2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수소차 투싼iX는 144L 용량의 연료통을 채우면 594㎞를 주행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 간 거리가 416㎞임을 감안하면 아직 왕복은 힘들다. 안 실장은 “부품을 줄이고,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면 충분히 830㎞ 이상 주행거리를 만들 수 있다”며 “그때쯤이면 내구성도 개선돼 10년, 10만마일 무상보증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서 현대차의 경쟁 업체는 일본 도요타다. 도요타는 내달 고급 세단 형태의 연료전지차 ‘미라이’를 출시할 계획이다. 투싼과 같은 양의 수소를 충전하고 700㎞를 달릴 수 있다. 가격은 700만엔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나온 투싼 수소차(1억5000만원)에 비해 가격은 절반 정도이고, 주행거리는 더 길다.

하지만 안 실장은 “지금이라도 투싼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형태가 아니라 세단으로 만들면 도요타보다 더 나은 연비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세단 형태로 차량을 출시하기보다 모든 형태의 차량에 들어갈 수 있는 범용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양산을 시작한 뒤 국내 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 등에 겨우 26대를 팔았다. 비싼 가격과 인프라 부족 때문에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보조금 6000만원을 받더라도 실부담액(9000만원)이 너무 높다. 충전소도 전국에 16기에 불과하다. 최소 50기는 돼야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팔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실장은 “내수시장이 연간 1만대 수준이 되면 대당 가격이 5000만원대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판매보다는 해외 수출이 더 많다. 덴마크와 스웨덴, 영국, 미국 등에 2년간 총 176대를 수출했다. 현대차는 내년에는 수출을 포함해 1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용인=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