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즈니스벨트가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사업지역인 대전 신동마을 전경(왼쪽)과 도룡동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건설될 기초과학연구원 조감도(오른쪽).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국제과학즈니스벨트가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사업지역인 대전 신동마을 전경(왼쪽)과 도룡동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건설될 기초과학연구원 조감도(오른쪽).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09년 기본계획 수립부터 5년간 허송세월을 보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사업이 최근 정부의 개발계획 승인으로 닻을 올렸지만 ‘반쪽 출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업 추진 핵심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원장 없이 8개월째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IBS 산하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도 3개월째 공석이기 때문이다. 예산이 삭감되고 개발 계획도 자주 바뀌는 등 한국 노벨상을 꿈꾸는 과학벨트 사업이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개발 계획 5년 만에 마무리

예산 깎이고 핵심사령탑 8개월째 공석…대전과학벨트 닻 올렸지만 '반쪽 출발'
과학벨트 사업은 세종시 수정안이 불거진 2008년 행정도시 건설을 대체할 사업으로 출발해 2009년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거점지구는 대전 신동·둔곡지구로, 기능지구는 충북 청주·충남 천안·세종으로 2011년 지정됐다. 과학벨트 사업은 정부가 지난 15일 개발 계획 변경안을 승인함으로써 중앙부처 차원의 모든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에 연말까지 대전시가 실시계획을 마치면 토지 수용·보상 등을 거쳐 2019년 말까지 조성공사를 한다.

◆연구인력 확보 차질 우려

과학벨트 사업은 사령탑부터 공석으로 업무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IBS는 지난 2월 오세정 전 원장의 자진사퇴 이후 8개월째 직무대행 체제다.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도 지난 6월 김선기 전 단장의 사임으로 4개월째 공석이다.

중이온가속기는 핵물리와 천체물리, 원자력, 생물학, 의학, 원자 및 고체물리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사용되는 다목적 연구 시설이다.

정부는 중이온가속기를 신동지구(95만2000㎡)에, 각종 연구 시설은 둔곡지구(52만5000㎡)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시는 둔곡지구에 전 세계 석학을 유치해 노벨상에 도전할 계획이지만 걸림돌이 많아 차질을 빚고 있다. IBS 관계자는 “2017년까지 3000여명의 연구 인력 중 1500명을 우선 구성·운영할 계획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예산 부족, 개발 계획 지연

정부가 예산을 삭감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전시는 정부에 내년도 과학벨트 예산으로 5400억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차 심의를 열고 4417억원으로 한 차례 깎은 데 이어 4367억원으로 또다시 삭감했다.

잦은 개발 계획 변경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중이온가속기 사업단 구성 및 상세 설계(2011년 하반기) △IBS 설립 및 원장 임명(2011년 11월) △연구단 선정 착수(2012년 상반기) △거점지구 기반조성 착공(2013년 하반기) 등의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정부와 대전시가 중이온가속기 부지 매입비 3500억원 분담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됐다. 이로 인해 2016년 예정인 IBS 본원 완공은 2017년으로 미뤄졌고 중이온가속기 준공도 2019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됐다.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대전 유성)은 “정부가 과학벨트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서 소중한 시간만 날렸다”며 “중이온가속기를 지금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