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차도 아래 어떻게 이런 굴이 > 지난 5일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앞 싱크홀(지반침하)에 이어 지하차도 중심부에서도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 크기의 굴이 추가로 발견됐다. 사고조사단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하차도 아래 어떻게 이런 굴이 > 지난 5일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앞 싱크홀(지반침하)에 이어 지하차도 중심부에서도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 크기의 굴이 추가로 발견됐다. 사고조사단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석촌동 석촌지하차도 입구에서 발견된 싱크홀 옆 차도 바로 밑에서 길이 80m에 이르는 거대 동굴이 발견됐다. 굴이 발견된 지점 바로 위 지하차도 내부 기둥 25개에서도 균열이 관측됐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을 시공하는 삼성물산이 연약 지반을 고려하지 않고 터널을 파다 생긴 일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시도 관리·감독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하차도 통행 전면 중단

서울시는 지난 13일 석촌지하차도 입구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지하차도 중심부에서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의 굴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굴의 천장은 지하차도 표면에서 약 4~5m 아래에 있었으며, 발견 당시 천장 부분이 이미 주저앉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 양방향 차량 통행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전날까지만 해도 수많은 차량이 지나다녔던 차도 아래에 거대한 동굴이 있었다는 점에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서울시와 싱크홀 전문가 조사단은 이날 현장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땅굴과 지난 5일 발견된 폭 2.5m, 깊이 5m, 길이 8m의 싱크홀이 지하철 터널 공사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석촌지하차도 하부를 지나는 실드(shield) 터널 공사가 싱크홀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드 공법은 터널 굴착 방법의 하나로 원통형 실드(강재)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방식이다.

이날 석촌지하차도 내부 75m 구간에 세워진 기둥 25개에서도 균열이 발견됐다. 균열의 크기는 평균 0.2㎜고, 굴이 있는 방향의 차도 쪽으로 일제히 생겼다. 서울시는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기둥마다 측정 장치를 달았다.

서울시는 실드 터널 주변의 지반을 8월까지 심층 조사하고 석촌지하차도 구조물 안전진단 및 주변 지반 보강을 9월까지 마칠 예정이다. 또 작업 여건이 어렵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지반을 보강한 뒤 작업을 실시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터널공법을 변경해 공사할 계획이다.

이날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현장을 찾아 “주민들이 불안해하니 한 달이 걸리든 완벽하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라”며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주체가 돼 비용은 삼성이 아닌 서울시 예산으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안전 불감증…책임론 나와

싱크홀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하철 9호선 공사의 발주처는 서울시, 시공사는 삼성물산이다. 조사단은 싱크홀과 굴이 생긴 1차 원인으로 시공사의 부실 공사를 꼽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9호선 3단계 공사는 턴키 방식(설계 시공 일괄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서울시는 완성품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날 발표는 1차 조사 결과고, 앞으로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안다”며 “서울시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안전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공사는 책임감리제로 진행돼 관리감독의 법적 책임은 감리사에 있다. 다만 서울시는 지난해 노량진 배수진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접속도로 상판 붕괴 사고 이후 시의 관리감독권을 강화하도록 책임감리제를 손질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