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인트] 파생시장 발전, 건전·공정성에 기반 둬야
지난달 17일 금융위원회가 ‘파생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상품구성이나 규제체계에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변동성지수(V-KOSPI) 선물을 비롯한 신상품 도입을 적극 추진토록 했다. 또 적격개인투자자 제도를 도입해 일정 기간의 사전교육 및 모의거래 이수를 의무화하고, 예탁금 역시 상품별로 3000만원 또는 5000만원 이상으로 설정했다. 국채 및 외환기초 파생상품은 은행의 자기매매를 허용하고 장외파생시장의 경우 결제안정성 강화 조치도 포함됐다. 전체적으로 파생시장을 과거의 ‘파행적인 투기시장’에서 전문투자자 위주의 ‘위험관리 시장’으로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데 정책 목표를 둔 인상이다.

이 같은 정부 대책이 발표된 뒤 나온 대체적인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 탓에 시장이 죽는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금융투자업계의 반발도 심하다. 업계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당국의 적격투자자 조치로 개인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옵션투자승수 완화, 미니선물 도입 및 주식워런트증권(ELW) 호가 제한 완화 등 그동안 금융투자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도 빠졌다.

업계가 요구해온 사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들의 문턱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개인투자자 유입 문턱을 높였을까.

첫째, 파생상품이 상품구조와 가격결정, 민감도 등 그 속성이 매우 복잡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개인투자자는 이런 비대칭성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을 감독당국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 개인투자자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점을 참고한 듯도 하다.

둘째, 파생시장이 제로섬게임이란 측면에서 도박과 경제적 속성이 동일하다는 점을 지목할 수 있다. 하지만 파생시장과 도박은 차이가 있다. 도박은 모든 참가자가 투기적 수요로 참여하는 데 반해 파생상품시장은 투기적 수요 외에 헤지수요 및 현물과 파생상품 간 가격 격차를 통해 이득을 추구하는 차익거래 수요로 세분화된다. 헤지 수요의 비중이 얼마냐에 따라 도박과 차별화되는 것이다.

결국 파생상품시장의 경제적 기능은 헤지 수요의 비중에 달려 있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밝히자면 개인투자자는 헤지가 필요할 정도로 현물에 대한 노출도가 큰 경우가 드물고 차익거래도 거의 하지 않기에 대부분 투기적 참여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다 보니 ‘불공정한 도박’에 가깝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ELW시장은 스캘퍼(전문 초단타 매매자)를 제외한 개인투자자의 95% 이상이 손실을 봤다. 파생상품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투자자 성격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금융투자업계는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선진시장과 달리 개인투자자의 참여 없이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단순히 시장 참여가 ‘투자자 개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측면이 있는 듯하다.

시장의 활성화는 건전성과 공정성 증진에 그 답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감독당국의 파생상품시장 대책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정책의 좋은 의도가 실현될 수 있도록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 교수 ahnd@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