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40㎞이상 요격체계 구축…北 미사일, 우리 힘으로 막는다
정부는 북한군이 우리나라를 타격하기 위해 발사한 탄도마사일을 고도 40㎞ 이상에서 맞혀 무력화하는 미사일을 국내 기술로 만들기로 했다. 개발에 성공하면 국산 미사일로 적 미사일을 두 번 이상 요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3일 “40㎞ 이상의 하늘에서 하강하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국내에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며 “11일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에 사업추진 기본계획을 상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SAM은 미국이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 무기체계인 사드(THAAD)에 버금가는 중·상 고도 미사일 요격체계다. 사드처럼 적의 탄도미사일을 종말(하강)단계 중 고(高)고도인 40~160㎞ 상공에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제인 사드 대신 국산 L-SAM을 개발하면 한국이 미국의 MD에 편입될 수 있다는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군은 패트리엇 미사일과 동등한 성능을 발휘하는 중거리대공미사일(M-SAM)도 국내에서 개발 중이다.

○‘킬체인’ 2016년까지 구축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발견되면 5분 내 표적 탐지·좌표 식별, 격추용 무기 선정 및 발사 결심을 마치고 25분 내 타격을 마친다는 것이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 개념이다. 킬체인을 뚫고 들어온 미사일이나 포탄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 저지하게 된다. 국방부는 2016년까지 킬체인을 구축하고 늦어도 2022년까지 KAMD를 완비할 방침이다.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1200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탄두를 탑재하고 500㎞ 이상을 날 수 있는 스커드 미사일은 125㎞ 고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

현재 공군에 실전 배치된 패트리엇2 미사일은 고도 20㎞ 안팎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그친다. 2016년부터 미국에서 도입하기로 한 패트리엇3 미사일도 최대 40㎞ 고도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L-SAM 국산화에 1조원 예산 투입

L-SAM은 내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의 주관 아래 2년간 탐색개발을 거친 뒤 5년간 시제품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순조롭다면 2023~2024년께 실전 배치될 수 있다. L-SAM 국산화가 끝나면 군은 기존에 계획 중인 하층(40㎞ 이하) 중심의 KAMD를 중상층까지 중첩 방어하는 체제로 한 단계 강화할 수 있다. L-SAM으로 1차 저지에 나서고 이에 실패하면 하층 단계에서 패트리엇3와 M-SAM으로 2차 격파에 나서는 ‘다층미사일요격체계’를 구축한다는 뜻이다.

L-SAM 개발과 양산에는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자체 미사일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군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3일 국방포럼 조찬 강연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 “사드 체계는 굉장히 넓은 탐지 범위와 위협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는 센서를 갖추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미국 군당국에) 사드 전개에 대해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만약 L-SAM 개발에 실패한다면 미국으로부터 사드를 구매하라는 압박이 더 거세질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