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동대문 대형 쇼핑몰 맥스타일 상가 지하 1층의 모습. 신발 매장 주변 점포들이 텅 비어 있다. 김태호 기자
29일 오후 동대문 대형 쇼핑몰 맥스타일 상가 지하 1층의 모습. 신발 매장 주변 점포들이 텅 비어 있다. 김태호 기자
지난 29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바로 옆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맥스타일. DDP가 문을 연 뒤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주변 쇼핑몰과 달리 이곳은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상 8층 규모의 맥스타일에선 1층만 대부분 입점이 완료됐다.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2층에는 문을 닫거나 텅 빈 매장들이 적지 않았다. 3층과 5층 매장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남성의류 매장이 있는 4층에는 20개 남짓한 매장들이 영업하는 정도였다. 생활잡화 등을 파는 지하 층은 거의 절반 이상이 불이 꺼져 있었다.

쇼핑몰 곳곳에는 ‘상가주를 모집한다’는 글들이 나붙어 있다. 맥스타일에 근무하는 한 매장 직원은 “DDP 개관으로 특수를 누릴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2010년 맥스타일 완공 때부터 유동인구가 거의 없던 이곳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귀띔했다.

‘제2의 코엑스몰’이 될 것이라던 동대문 대형 쇼핑몰 맥스타일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DDP 개관에도 맥스타일의 매장들은 거의 텅 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맥스타일 개발을 주도했던 조합장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최근 다시 시작됐다. 조합 측은 “과거에도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서부지검, 재개발 비리 의혹 재수사 착수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변창범)는 30일 최근 경기교육청이 경기도에서 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K학원의 전 이사장 안모씨를 횡령·배임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흥인·덕운시장 상인들도 같은 혐의로 안씨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제출했다.

K학원 전 이사장인 안씨는 흥인·덕운시장 재개발 조합장인 서울 S대학 교수 윤모씨의 어머니다. K학원은 현재 안씨의 장남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경찰팀 리포트] 동대문 쇼핑몰 '맥스타일' 둘러싼 법정공방, DDP 개관 특수 기대했는데…
경기교육청과 상인들에 따르면 K학원은 1986년 흥인·덕운시장 일대 토지 278.26㎡(맥스타일 건립 부지)를 윤씨 일가로부터 증여받았다. 그런데 윤씨는 시장 재개발 논의가 이뤄지던 2002년 증여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K학원을 상대로 제기했다. 윤씨는 이 소송에서 이겨 K학원에 증여했던 토지를 되찾았다.

문제는 피소를 당했던 K학원이 학원 재산을 잃게 됐음에도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교육청은 이와 관련, 당시 이사장이던 안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K학원에 재산상 손실을 입혔다고 판단,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장 상인들은 “윤씨 일가가 재개발을 위해 허위 소송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들은 시장 재개발 당시 조합 동의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K학원의 토지가 윤씨에게 다시 넘어간 뒤인 2003년 작성된 재개발 동의서에는 해당 토지의 동의 권한을 K학원이 행사한 것으로 돼 있다. K학원이 자신들의 재산이 아닌 땅에 대해 동의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경기교육청은 이런 행위가 사문서 위조에 해당된다며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현재 윤씨의 자택이 위치한 서울 방배동 S빌라 주변은 이 같은 의혹을 해명하라는 시장 상인들의 집회가 140일째 계속되고 있다. 20년간 흥인시장에서 아동복을 판매했다는 조모씨(60)는 “오피스텔 매각 이후 약속했던 이주대책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고, 당시 개발 자체도 조합장 일가의 비리 등 각종 의혹들로 가득하다”고 하소연했다.

K학원 및 조합 측을 대리하는 김영훈 변호사는 “K학원에 토지가 증여될 당시 직원의 착오가 있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윤씨가 소송을 통해 토지를 되찾은 것”이라며 “재개발에 동의할 당시 토지 소유권은 윤씨에게 넘어갔지만 등기 명의는 K학원에 있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맥스타일 설립 후에도 ‘분양사기’ 의혹

조합장인 윤씨 일가는 재개발 비리 외에도 맥스타일 설립 이후 ‘분양사기’로 피소당한 상태다. 맥스타일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재개발 조합과 시행사가 과장광고를 통해 상가를 분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팀 리포트] 동대문 쇼핑몰 '맥스타일' 둘러싼 법정공방, DDP 개관 특수 기대했는데…
흥인·덕운시장을 재개발하면서 2007년 분양을 시작한 맥스타일은 당시 ‘2년 뒤 지하철 2·4·5호선이 지나가는 동대문역이 상가 지하 1층과 직통 연결돼 코엑스몰처럼 개발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이후 2009년까지 1700여명이 이 광고를 믿고 상가를 분양받았고 분양대금만도 24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맥스타일 상가와 지하철역 연결계획은 취소됐고, 현재 DDP 개관에도 불구하고 맥스타일 상가는 대부분이 텅 빈 상태로 남아 있다.

맥스타일 분양과 관련해선 지난해 서울 방배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지만 맥스타일 시행사 대표와 마케팅 총괄이사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아 사건을 다시 검찰로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장인 윤씨가 혐의 자체를 부인했고, 책임 소재는 시행사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맥스타일 상가를 분양받은 1700여명은 그동안 형사 고발과 별개로 분양금 청구 반환 소송 등을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시행사 측과 분양을 받은 사람들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분양자들이 내야 할 임대료와 관리비 일부를 공제하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분양자의 90%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제대로 피해 배상을 받겠다며 아직까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분양자 협의회 관계자는 “조정안이 나온 후에도 시행사 측에서 내부 의견 조율 과정이 걸린다고 통보해 아직 이행된 것은 없다”며 “분양받은 사람들은 여전히 점포당 월 100만원 안팎의 유지비에 대출 이자 등을 감당하며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합 측 “모두 무혐의 처리 된 사안”

각종 고발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 및 K학원법인 측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학원이 받고 있는 횡령·배임 혐의는 이미 2012년 검찰에서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지은 사안인 데다 최근 추가된 사문서 위조건 역시 과거 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흥인·덕운시장 개발 당시 상인들에게 거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권리금까지 인정해 보상을 해줬다”며 “그럼에도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교육청 등에 민원을 넣어 잡음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맥스타일 분양사기건 역시 이미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이 판명났는데도 분양받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호/정소람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