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혐의 중대하고 구속 필요성 있다"…문서위조 연루 첫 구속
검찰, 위조 공모한 국정원 직원들 신병확보 검토


검찰이 15일 간첩사건 증거위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국가정보원 협조자 김모(61)씨를 구속했다.

검찰이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선 이후 문서위조에 연루된 인물이 구속되기는 김씨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씨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나서 "소명되는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김씨는 지난 12일 체포된 이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검찰을 오가며 조사받고 있다.

검찰은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위조해 국정원에 건넨 혐의(위조사문서행사 등)로 지난 14일 김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 일명 '김 사장'으로 불리는 국정원 김모 과장을 만나 유우성(34)씨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문서 입수를 요구받았다.

김씨는 곧바로 중국에 들어가 싼허변방검사참의 관인을 구해 답변서를 만들어 국정원에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문서를 위조했고 국정원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고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텔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문서 위조에 가담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사실을 밝히고자 했다"며 유씨가 간첩이 맞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또 국정원으로부터 "유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사람을 5명 이상 확보해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유서에 언급한 '가짜서류 제작비'와 '활동비'가 위조 의혹이 제기된 문건들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이 김씨를 구속함에 따라 물증보다는 국정원 안팎 인물들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이번 수사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문서 입수를 요청한 국정원 김모 과장과 위조문서에 확인서를 써준 중국 선양(瀋陽) 주재 총영사관 이인철 교민담당 영사를 소환해 구체적인 공모 관계를 추궁할 방침이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앞서 두 차례 불러 조사한 이 영사로부터 "국정원 본부의 거듭된 지시로 허위 확인서를 써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사는 외교부에 파견돼 영사 직함을 달고 일하는 국정원의 '화이트' 요원이다.

검찰은 유씨의 간첩혐의 사건 수사에 참여한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들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위조된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함에 따라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