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50IQ 제원 > 길이 13.14m, 너비 9.45m, 높이 4.82m, 최고 속도 마하 1.5, 전투력 공대공·공대지미사일 등 최대 4.5t 장착가능
< T-50IQ 제원 > 길이 13.14m, 너비 9.45m, 높이 4.82m, 최고 속도 마하 1.5, 전투력 공대공·공대지미사일 등 최대 4.5t 장착가능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2일 이라크에 경공격기 T-50IQ(고등훈련기 겸 경공격기인 FA-50의 이라크 수출형) 24대를 수출키로 하면서 국산 전투기의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계약금액은 방위산업 수출 사상 최대인 11억달러(약 1조1500억원·단일 계약기준)로 향후 유지보수 계약까지 맺으면 총 21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전까지는 대우조선해양의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출이 10억8000만달러로 최대였다.

중동벽 뚫은 KAI…전투기 시장 '코리아 존재감'
KAI의 이번 수출 계약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라크는 당초 내년 하반기부터 들여올 F-16 조종사를 키우기 위해 훈련기 구매를 희망했다. 영국(Hawk-128)과 러시아(Yak-130), 체코(L-159) 등 전통적인 항공 강국들이 수주를 노렸다.

KAI는 2011년 4월부터 수주전에 뛰어들었고 국내에서도 이 때부터 민·관·군이 합심해 총력 수주전에 나섰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라크 정부에 친서를 전달했고, 강창희 국회의장도 지난 7월 현지를 찾아 적극적인 의원외교에 나섰다. 주이라크대사관과 현지 공관 및 국방부 무관도 총력을 기울여 수주전을 지원했다. 공군은 실전 운용 경험을 토대로 이라크 공군에 T-50의 장점을 적극 알리고 이라크 측 교관조종사 훈련도 맡기로 하면서 현지 분위기가 조금씩 T-50으로 넘어왔다.

계약을 앞두고 기종이 바뀌기도 했다. 이라크는 당초 훈련기인 T-50 12대를 사기로 했지만 국내에서 개조를 거쳐 경공격기(FA-50)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며 계획을 바꿨다.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T-50IQ 24대를 구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KAI 측은 이번 이라크 수출이 국산 훈련기 겸 경공격기를 처음 해외에 판매하는 것으로, 세계 로(low·F-4,5급)급 전투기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인도네시아에서 T-50 16대를 수주했지만, 이는 레이더 등 무장 장비가 빠진 훈련기였다.

KAI 관계자는 “최근 훈련과 공격 기능을 동시에 갖춘 기종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T-50 계열 항공기는 이에 알맞은 최적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KAI는 이번 계약이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 등에서 최대 4조3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간접적 고용창출 효과도 3만6000명으로 추정했다. KAI 측은 “항공기 제조산업은 기계와 전자제어, 무선통신 분야 국가기술역량이 모두 결합되는 집약체로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KAI는 T-50IQ 수주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1000대 이상의 T-50계열 항공기를 판매해 세계 경공격기 및 고등훈련기 시장의 3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재 필리핀, 페루, 보츠와나 등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대 시장으로 평가되는 미국 훈련기 구매사업(T-X)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하성용 KAI 사장(사진)은 “이번 수출은 국산 항공기의 경쟁력과 한국 항공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쾌거”라며 “현재 추진 중인 한국형 전투기와 소형 헬기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국산 항공기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바그다드=공동취재단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