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후 독일경제 일으켜세운 건 전시산업"
“2차 세계대전 이후 침체됐던 독일 경제를 살려낸 것은 전시산업이었습니다. 1947년 하노버수출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1934건의 수출계약을 이뤄내며 독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죠.”

지난 1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80차 세계 국제전시협회(UFI) 총회장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그루호우 도이치메세 해외담당 사장(49·사진)은 전시산업을 ‘산업의 꽃’으로 표현했다. 독일 하노버에 있는 도이치메세는 1947년 설립된 전시전문 기업으로, 하노버정보통신박람회(CeBIT·세빗)와 하노버산업박람회(하노버메세) 등 연간 100여개의 전시회를 주최하고 있다.

도이치메세가 운영하는 하노버전시장은 단일 전시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46만㎡이며, 이는 서울 코엑스(3만6000㎡)의 13배 크기다. 서울 코엑스, 고양 킨텍스, 부산 벡스코 등 국내 12개 전시장을 모두 합한 크기는 26만6000㎡인 반면 22곳을 운영하는 독일은 275만㎡로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국내외 업체 수로 따지면 2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세빗,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등 초대형 전시회를 키워내며 독일이 ‘세계 전시산업의 메카’로 불리게 된 비결을 물었다. “2차대전 이후 정부에서 경제부흥을 위해 가장 먼저 육성한 것이 전시산업입니다.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나라에선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만으로는 발전은커녕 유지하기도 힘들지요. 초기 정부 투자를 받아 설립된 각 도시의 ‘메세’(전시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더 나은 전시회를 개최하고, 더 많은 업체를 유치하고, 구매력 있는 바이어들을 연결해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제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전시산업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UFI 총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만 해도 해외 바이어·전시 주최 기업들에 대해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며 “앞으로 도이치메세는 물론이고 해외 대형 전시기업들이 한국에서의 전시회 개최를 타진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192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제1회 UFI 정기총회가 개최된 이래 한국에서 총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그루호우 사장. “요즘 독일 사람들에게 현대자동차는 폭스바겐과 대등하게 인식됩니다. 과거에는 독일차 아니면 이탈리아차를 샀지만, 요즘은 현대차를 찾습니다. 이번에 서울에 와서 도시 인프라나 정보기술(IT) 등을 체험해 보니, 왜 독일에서 한국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는지 알겠더군요.”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