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흔의 허기, 詩로 채워라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이대로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억울한 나이 마흔. 어깨에 제 덩치보다 더 큰 책임이란 짐을 짊어지고 앞만 보고 달려온 40대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마흔에 읽는 시》는 고두현 시인이 이 시대의 모든 중년에게 보내는 살뜰한 위로의 편지다. 《시 읽는 CEO》를 통해 기업에 독서경영 바람을 일으킨 저자는 이 책에 자신의 시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해 산문, 마음을 보듬는 시 60여편, 여운을 주는 사진 12장을 실었다.

저자는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무한경쟁 시대의 이 중고참에게 이제는 잠시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의 맨살과 시인의 영감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60편의 시는 마흔에 읽는 시, 청춘이 아쉬울 때 읽는 시, 사랑에 빠지게 하는 시, 두근거리게 하는 시 등으로 나뉘어 담겼다.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호시노 도미히로의 ‘일일초’ 전문)

저자는 이 시를 통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희로애락에 휘청거리고 사소한 일로 슬퍼하고 작은 일에 흥분하는 일희일비의 나날을 보낸다”며 “평범한 하루가 모여 위대한 삶을 만든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부분)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도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우고 가장 애틋한 사랑도 위태롭게 흔들리면서 깊어졌으니, 어디 빛나는 꽃과 사랑만 그런가요”라며 “아주 작은 이슬에도 젖고 빗줄기에도 휘청거리는 우리 역시 비바람 속에서 더 따뜻한 잎을 피워 올릴 수 있다”고 말을 건넨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