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RC(기숙형 대학)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기숙사 로비에서 10월에 생일을 맞은 친구들을 축하하며 조별활동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 제공
이화여대 RC(기숙형 대학)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기숙사 로비에서 10월에 생일을 맞은 친구들을 축하하며 조별활동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 제공
“일본에서는 고3 여름방학까지 축구 야구 등 동아리 활동을 하는 데 나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치어리더들과 응원단 활동을 했어.”(장윤이 이화여자대 사회과학부 1학년)

지난 25일 이화여자대 기숙사 ‘한우리집’ 로비. 10여명의 여대생들이 일본에서 13년간 살다가 올해 입학한 학생으로부터 일본 고교생활 얘기를 신기한 듯 듣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산 녹차와 과자를 나눠 먹으며 “우리는 과학실험 수학동아리 등 입시 위주로만 활동했다”고 맞장구쳐줬다. 장윤이 학생이 “1월에 ‘센터시험’을 보고…”라고 하자 한 학생은 “한국에서는 ‘수능’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줬다.

이날 모임은 이화여대가 올 2학기 도입한 ‘RC(Residential College·기숙형 대학)’ 시범사업의 하나인 조별활동이었다. 이화여대는 기숙사 입주 신입생 500여명 중 150명을 뽑아 RC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600명 규모의 본교 신규 기숙사가 완공되는 2015년부터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시행할 예정이다.

○전인교육 강조하는 RC

RC는 입학생 전원이 일정 기간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규율과 인성을 기르는 제도다. 정규 교과과정 이외에 RC 활동을 통해 소통과 배려, 인성과 리더십 등 전인교육을 시키자는 취지다. 미국 하버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은 전교생을 2~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시킨다.

이화여대의 시범프로그램도 인성교육을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마련됐다. 10개 조로 나뉜 학생들은 창덕궁 문화산책,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 음악회, 운동회, 바자행사, 선배 멘토 초청 특강 등 다양한 모임을 한다.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출해 배추와 열무 등을 기르는 텃밭 가꾸기, 10m를 걸으면 1원씩 적립해주는 앱 ‘빅워크’를 활용한 함께 걷기, 자전거 함께 타기 등 활동도 벌였다. 손지원 학생(통계학과 1학년)은 “혼자 하기에는 힘든 활동을 함께하니까 위안부 할머니 돕기 등 의미 있는 일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지원 학생(사회과학부 1학년)은 “1학기 때는 기숙사 옆방에 누가 사는지 몰랐는데 RC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친구도 늘고 학교생활도 재미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지도교수로 활동 중인 ‘RC 마스터’ 남영숙 국제대학원 교수는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는 등 리더십을 갖춰가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숙명여대 서울대 등도 도입 추진


국내에 ‘기숙형 대학’을 처음 도입한 곳은 연세대로 현재 인천 송도캠퍼스에서 학기별로 2100여명씩 입학생 4200여명 전원을 참여시키고 있다. 서울대는 경기도 시흥 국제캠퍼스에 4000명 규모의 기숙사와 강의동을 짓고 2018년 신입생부터 기숙형 대학을 운영할 계획이다. 숙명여자대도 2016년부터 기숙형 로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는 대학 비전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최강식 연세대 학부대학장은 “사회에서는 지식뿐 아니라 인성을 갖춘 졸업생을 요구하고 있어 대학들의 RC 도입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