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60원대 진입이 ‘가시권’에 들면서 가파른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세 둔화와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은 23거래일 연속 한국 주식을 9조3000억원어치나 샀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원화가치가 7%를 훨씬 넘게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한국 증시의 주력을 이루는 수출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달러화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달러가치 하락으로 환차익 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민감지대' 환율 1060원 진입하나

○기대수익·환차익 치열한 수 싸움

지난 27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75.0원을 기록했다. 올해 고점이었던 6월24일의 달러당 1163.50원에 비하면 3개월여 만에 원화가치가 7.61% 올라갔다. 원화 강세(달러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환율과 외국인 순매수 간 상관관계 동향도 관심을 끌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2011년 1월 이후로 원ㆍ달러 환율 1060~1080원 구간에선 외국인이 2조7000억원을 순매수했고, 1080~1100원 구간에선 4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원ㆍ달러 환율 1100원 이상에서도 구간별 차이는 있지만 합산하면 4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원ㆍ달러 환율이 1040~1060원인 ‘원화 강세’ 구간에선 3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원화가 1060원 이하 강세를 보인 일수는 총 23일이었던 만큼, 산술적으로 1060원 이하 구간에서 하루 평균 1조5652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 셈이다.

외국인 매수세는 1070원대 아래로 환율이 떨어지면 둔화기조가 뚜렷해졌다. 환율 1060원대를 기록한 24일 중 13일이 순매도를 기록했고, 구간 전체로도 8143억원 순매수에 그치는 등 1060원대는 ‘민감지대’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이 외국인 투자패턴을 결정하는 절대기준은 아니지만 외국인이 1060~1070원 아래 구간을 적정환율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며 “통상 환율이 이 구간에 진입하면 코스피 기대수익률과 외환거래 차익 간 셈법이 치열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리트머스 시험지, 1060원

증시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 1060원을 기점으로 외국인 투자패턴이 갈리는 이유로 최근 몇 년간 원화 강세의 정점이 1050원 안팎이었던 점을 지목한다.

2011년 이후 원화가 가장 고평가됐던 때는 2011년 8월2일의 1049.5원이었고, 올 최고점도 1월16일의 1055.4원이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강세가 지속되면 외국인 매매패턴을 고려할 때 ‘쉴 타이밍’이 올 확률이 크다”고 했다.

반면 경기회복에 따른 증시 추가 상승 기대가 큰 만큼, 환율우려가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3~2004년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내려가는 초강세 국면에도 증시가 상승기조를 유지하는 등 환율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지표”라며 “환율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보고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에 따른 수출부담과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국’으로서 한국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초 원화 강세는 내수강세 효과였고 요즘 원화 강세는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것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1050원 이하 ‘초강세’ 국면이 아니라면 원화 강세 요인이 시기별로 다른 만큼 단순한 과거 평균치를 가지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