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정한택 前교수, 이번엔 방송대 일본학과 입학 "100살 때도 지금처럼 뭔가 배우고 있을 것"
작년 90세로 방송통신대 영문학과에 입학해 ‘최고령 신입생’이 됐던 정한택 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91·사진)가 이번 학기 방송대 일본학과에 편입했다.

정 전 교수는 15일 “영어 원서를 자유롭게 읽고 싶어 영문학과에 들어갔는데 몸이 좋지 않아 휴학했고 이번에 다시 일본학과에 입학했다”며 “일제시대 학교를 다녀 일본어를 잘하지만 일본 문학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일본 여류 작가가 쓴 문학 작품에 푹 빠졌다”며 “역사가 긴 일본 문학은 배울 점도 많고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정 전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특강에도 자주 참석하고 지난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방송대생 3명과 함께 케이블방송 ‘대학생 토론배틀’에 참여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나를 봐도 배움에는 끝이 없음을 알지 않겠나”라며 “100살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대에는 ‘100세 시대 평생학습’을 실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번 학기 일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한 홍창숙 씨(81)는 방송대 최고령 여학생이다. 1958년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홍씨는 캠퍼스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한 뒤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50여년을 보냈다. 그러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남편이 은퇴하자 삶의 여유가 생겼고 딸 김애주 씨(55)가 방송대 입학을 권유해 입학을 결심했다.

홍씨는 “등록금을 내러 은행에 가서까지 ‘과연 학교를 다녀야 하나’ 고민했다”며 “그런 나를 보고 한 직원이 ‘할머니, 대학에도 입학하시고 대단하시네요’라고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정일수 씨(76)는 방송대에서 2008년 일본학과를, 2012년 중어중문학과를 각각 졸업하고 이번 학기 영문학과에 2학년으로 새로 입학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정씨는 선박회사를 정년퇴직하고 부산의 한 대학 경비원으로 취직해 못 다한 학업에 대한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 우연히 방송대의 신입생 모집 포스터를 본 그는 주저 없이 원서를 냈고, 이번에 세 번째 학사학위에 도전하게 됐다. 정씨는 현재 부산역에서 관광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방송대 관계자는 “60대 이상 지원자가 2010년 717명에서 올해 1702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