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노키아 인수] "SW 루저와 하드웨어 루저의 결합…안드로이드 진영 흔들기엔 역부족"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때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였던 핀란드 노키아를 인수함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 판도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스마트폰 시장의 패자(loser)인 노키아와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패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잡아 성공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더 중요한 것은 OS 개발사들이 모두 기기까지 직접 만든다면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기기 메이커들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애플은 iOS라는 모바일 OS도 만들고 이를 탑재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도 만든다. 안드로이드 OS 개발사인 구글도 2012년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애플과 마찬가지로 OS와 기기를 모두 만드는 형태를 갖췄다. 현재까지는 모토로라를 특별히 우대하진 않지만 상황에 따라 삼성 등 파트너들을 차별할 소지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해 윈도폰 OS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폰(OS와 기기 모두 ‘윈도폰’)도 만들어 판매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하면 삼성은 안드로이드폰을 계속 만들지 구글과 결별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인텔 모질라재단 등과 함께 타이젠 OS를 개발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구글이 지금처럼 안드로이드 공급사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구글은 최대한 많은 기기에 안드로이드를 깔아 그 위에서 구글검색, 구글플러스, G메일 등 자사 서비스를 구동하게 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인수 당시 밝혔던 대로 모토로라를 특허권 싸움에서 방패로 활용하고 안드로이드에 최적화된 폰을 개발하는 곳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깨지지 않는 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해 윈도폰을 직접 만들어 판다 해도 시장을 흔들기는 어렵다. 윈도폰 판매 대수가 적으면 윈도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이 부진할 것이고, 좋은 앱이 부족하면 소비자가 외면해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삼성 등 메이저 메이커들이 윈도폰 진영에 복귀하지 않는 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의 결합은 ‘루저+루저=루저’로 끝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대하는 상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노키아의 하드웨어 기술을 결합, 윈도폰 OS와 기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OS 점유율과 폰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 결과 삼성을 비롯한 메이커들이 윈도폰 진영에 합류한다면 선순환으로 바뀔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바람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