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파리 등 유럽 도시들처럼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서울건축선언’을 20일 발표했다. 1개 전문과 10개 조문으로 구성된 이 선언은 향후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서울 시내 모든 건축 행위에 기본 원칙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언문에서 “지난날 서울의 건축은 대규모 개발과 급속한 건설로 많은 역사의 흔적을 지우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며 건축선언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건축선언을 계기로 시는 공공건물뿐 아니라 민간 건축물도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공공자산으로 인식하고 도시 계획을 세워나갈 방침이다. 시는 대규모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등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해 자원 재활용과 에너지 절약 시스템도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

민간 전문가가 주축이 된 건축정책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전문가 자문, 청책(聽策)워크숍, 시민참여 워크숍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서울건축선언을 완성했다. 시는 선언문 10개 조문에 담긴 공공성, 공동성, 안전성, 지속성, 거버넌스(시민과 행정, 전문가들의 협력) 등의 가치를 공공·민간 건축심의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서울의 건축은 개인 소유물인 동시에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자산으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소통하는 공공성을 강조했다.

승효상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은 “공공건축은 물론 개인의 돈으로 만든 개인 건축도 건축이 가진 공공가치를 외면할 수 없다”며 “법에 근거한 건축이라도 주변환경과 크게 배치되면 공공가치에 의해 규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후 건축선언 해설집을 만들어 배포해 설계자뿐 아니라 시민도 선언정신을 알기 쉽게 홍보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주요 건축정책을 조율할 건축정책위원회 활동을 강화하고 공무원과 일반 시민(민간 건축주)을 대상으로 한 건축학교도 운영한다. 민간 건축은 9월까지 서울건축선언의 세부내용을 건축심의기준에 반영해 건축위원회 심의 때 적용되도록 하고 자치구 등 건축 관계자에 대한 교육 및 홍보도 강화할 방침이다.

공공건축물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총괄건축가 제도도 도입된다. 시는 이날 건축 분야의 전문가 그룹인 ‘서울건축포럼’을 발족시켰다.

서울건축선언은 박 시장의 도시계획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대규모 철거형 재개발 대신 작은 필지별 재생이나 도시 유산 보존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박 시장 취임 뒤 시는 가락시영·잠실주공5단지·개포주공 등 대규모 재건축단지 설계에도 시 산하 공공 건축가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