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통폐합 뒤 인력감축 가능성"…위기감 증폭

증권팀 = 최악의 증시침체 속에 증권가에 다시 감원 공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업계 톱 클라스인 삼성증권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소 중권사들도 뒤따라 인력을 줄이지 않겠느냐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증권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 사내 대리 및 과장급 인력을 전자·금융 계열사로 전환배치하기로 하고 전날 사내 이메일을 통해 사원들에게 공지했다.

전환배치되는 계열사는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 외에 디지털프라자와 같은 전자제품 마케팅·판매사도 포함돼 있다.

삼성증권은 내주 초까지 수요 확인 작업을 마치고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인력 이동을 완료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계열사 전환배치 외에 팀별로 1명씩을 감원, 인력감축 규모가 최대 40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삼성증권 측은 그러나 "회사에서 예상하는 구조조정 규모는 100여명 정도"라며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삼성증권 외에 일부 증권사들은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어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교보증권은 노조가 작년 말 44개였던 국내 지점을 2015년까지 22개로 감축할 계획을 회사가 세웠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달 28일부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교보증권 측은 "지점 감축이 아니라 지점 있는 곳을 몇개의 거점지역으로 묶는 효율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구조조정 계획이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신증권은 연초에 지점을 104개에서 84개로 줄였는데 명예퇴직과 같은 인원 감축은 돈이 있는 대형사들만이 할 수 있다며 역시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작년에 희망퇴직을 받았던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점포를 1∼2개 줄이는 한편 상반기 대졸 공채를 실시하지 않는 등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도 인력감축은 없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점포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올 하반기에도 추가로 지점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 2월 점포를 115개에서 108개로 통합했으며, 현대증권도 최근 삼성역지점을 인근 지점에 통합시킨데 이어 연말까지 점포 통합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작년에 이미 상당 부분 인력감축이 이뤄진 만큼 올해는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르다.

한 대형 증권사 직원은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아 구조조정이 올해 안에 가시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지만 적자인 회사가 많기 때문에 어느 해보다 위기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침체로 지난 1분기 말 현재 증권업계(62개사)의 임직원 수는 총 4만2천317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으며, 5분기째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