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가격 인상 문제로 시멘트-레미콘-건설사 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레미콘 업계에 t당 10%가량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고, 레미콘 업계는 이에 응할 수 없다고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또 다른 전선(戰線)은 레미콘 업계와 건설업계 사이에 놓여 있다. 레미콘 업계는 공급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며 건설업계를 압박하고 있고, 건설업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업계 간 공문 ‘핑퐁게임’

시멘트와 레미콘업계는 서로 공문 발송전을 벌이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1월30일 시멘트 t당 평균 공급 가격을 지난해보다 10% 올린 8만1000원대로 결정, 2월 공급분부터 반영하겠다고 레미콘 업체에 통보했다. 이에 레미콘 업계는 지난달 26일 공동으로 인상 반대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연료로 쓰이는 유연탄의 국제 가격(호주 뉴캐슬산 선물 기준)이 당 90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떨어졌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박이다. 시멘트업계는 그러나 이달 초 가격을 올려 계산한 2월분 세금계산서를 레미콘 업체에 청구했다. 그러자 유진 아주 삼표 등 대형 레미콘 업체는 지난 15일 “가격을 인상한 세금계산서 발행을 취소하라”고 다시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에도 시멘트와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가격을 놓고 밀고 당기는 샅바싸움을 벌였다. 시멘트사는 14% 인상한 당 7만7500원을 주장하다 협상 끝에 9%로 인상안을 결정했다. 올해는 10%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지식경제부 또 중재할까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에 반대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골재비와 운송비 인상으로 건설업계에 레미콘 가격을 t당 5%가량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업계 입장에선 시멘트 가격 협상을 할 땐 시멘트사의 눈치를 보고 레미콘을 팔 땐 이를 구매하는 건설사의 눈치도 봐야 해 서로 물고 물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해법은 3자가 협상테이블에 앉아 푸는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때문에 시멘트업체인 쌍용양회가 이달 초 3자 협의체를 재가동하자는 공문을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에 보냈다. 캐스팅보트는 31개 건설사 자재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협)가 쥐고 있다. 시멘트 가격을 6%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자협이 협상테이블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