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시작하며 연간 계획을 짤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건강’이다. 주변에선 경기불황 시기에 재테크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지키는 ‘헬스테크’부터 꼼꼼히 점검하자는 헬스족들이 늘고 있다.

건강을 챙기는 1순위로 운동을 꼽는 이들이 많지만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식습관이다.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려면 먹는 음식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서다. 예로부터 ‘음식이 보약’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병원마다 이름난 명의가 있지만 각 환자의 모든 질병에 대해 정확한 해답을 줄 수는 없다. 사람마다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한진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올바른 식습관과 식이요법이 가장 중요하고 이게 바로 명의”라고 말했다.

40세 이상 중장년층 주요 사망원인인 암의 40%는 잘못된 식사습관 때문에 생긴다. 음식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도 할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100세 시대의 최대 비결은 식습관과 음식이다.

◆15분에 한 그릇…고지혈증·비만 키워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비만율(체질량지수 25 이상)은 23.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꼴로 비만이란 얘기다. 나트륨 과잉섭취, 비타민 섭취 부족 등 영양소의 불균형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의료계에선 식습관의 대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습관 중 조급하게 빨리 먹는 태도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도훈 고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건강검진을 받은 8771명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식사시간이 5분 미만인 경우는 조사대상의 7%, 5분에서 10분 미만은 44.4%, 10분에서 15분 미만은 36.2%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은 식사시간이 채 15분을 넘지 않은 것이다.

김 교수팀은 식사 시간이 짧을수록 체질량지수(BMI)가 높아 비만 위험이 커지고, 혈액에 존재하는 중성지방 수치를 높여 이상지질혈증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김 교수는 “빠른 식습관은 식사 량을 많게 해 비만 위험을 높이고 중성지방 증가, HDL콜레스테롤 저하와 같은 이상지질혈증을 초래해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게 할 위험이 높다”면서 “이는 고혈압 당뇨뿐만 아니라 급성심근경색, 뇌혈관질환, 뇌졸중 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또 식사 시간이 짧을수록 섭취하는 칼로리가 높고 BMI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식사 시간이 짧을수록 고지혈증을 키우고 비만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동훈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사 시간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짧다”며 “천천히 씹어서 먹으면 침 분비가 2배 정도 증가해 소화가 잘 되고 섭취량도 빨리 먹는 사람들에 비해 40% 정도 감소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섭취하는 칼로리를 제한하면 인슐린 수치와 DNA 손상을 줄여 당뇨병과 노화, 암 유발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덧붙였다.

◆짜게 먹으면 십중팔구 ‘고혈압·신장병’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식습관의 또 다른 문제는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과다 섭취에 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4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30~50대 한국 남성의 하루 나트륨 섭취는 63.2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20g)의 세 배가 넘는다. 성인 남성 누구나 저염식의 필요성은 알지만 막상 밥상 앞에서는 ‘짠’ 음식에 절로 손이 간다. 저염식은 싱거워 ‘맛’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소금은 체내 수분을 조절하고 소화를 돕는 한편 혈압을 조절하지만 과도하게 먹으면 혈관 근육이 수축돼 수분량을 늘리고 혈압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된다. 고혈압 신장병의 원인이다. 짜고 맵고 뜨거운 자극적인 음식에 맛이 들리면 미각을 잃게 되고 더욱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식도암 구강암 등의 발병률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위암의 주원인이 된다.

여성보다 남성들이 특히 더 짜게 먹는 식습관에 노출돼 있다. 직장 외식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외식 업체는 맛을 내면서 반찬 섭취량을 줄이고 주류 등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음식에 나트륨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사회생활이 많은 직장 남성들이 이런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나트륨을 적게 섭취하는 생활습관을 기를 것을 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찌개보다는 국을 먹는 것이 좋다. 김치찌개 한 그릇에는 소금이 3g가량 들어있지만 콩나물국은 1g에 그친다. 갈비탕이나 설렁탕을 먹을 때는 김치나 깍두기로 간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무리 국물이 싱거워도 많이 먹으면 결국 나트륨 섭취는 증가한다. 국물은 가급적 적게 먹고, 특히 국에 밥을 말아먹는 식습관도 버리는 것이 좋다. 또한 하루 한 끼는 김치 대신 생채소에 쌈장을 소량 찍어 먹도록 한다. 비빔밥 쌈밥을 먹을 때는 가급적 된장 고추장을 적게 넣고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채소에는 칼륨이 많아 나트륨 배출을 돕기 때문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