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고용 대박.’ 올 한 해 고용시장 움직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12월에 큰 이변이 없다면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월평균 40만명대 중반을 기록할 전망이다. 2002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고용의 질’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쉽지 않다. 한국 경제의 주된 동력이었던 제조업보다는 영세 서비스업이 고용 증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불안한 노후를 앞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자영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고용 안정성을 끌어내렸다. 청년층과 여성의 고용 성적도 부진했다. 다만 제조업 취업자 수가 막판에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 같은 분석은 통계청의 2012년 1~11월 고용지표를 월평균으로 집계해 예년과 비교한 결과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35만3000명 늘어나 지난해 9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고용지표상 12월은 계절성이 적어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이달 취업자 증가 수가 30만명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2012년 전체로는 44만명(월평균) 안팎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1) 취업자 10년 만에 최대 전년 대비 45만명 ↑ 8.6% 증가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취업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45만1000명 늘어났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인 41만5000명보다 8.6% 많다. 12월 취업자가 11월보다 적은 30만명 늘어나는 데 그친다고 가정해도 연간으로는 43만8400명을 기록하게 된다.

2002년(59만7000명) 이후 증가폭으로는 최대다. 2000년대 초는 외환위기 극복과 맞물려 고용 여건이 본격적으로 개선된 시기였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만2000명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고용에 찬바람이 불었지만 2010년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육료 지원 등에 힘입어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고용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등 정부의 정책기조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기간을 전부 집계해보면 어떨까. 올해 취업자 수를 45만1000명으로 잡으면 5년간 취업자 수는 연평균 25만2400명이 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최근 내놓은 ‘경제사회지표 변화로 본 대한민국’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때 취업자 수는 연평균 25만3000명을 기록했다.


(2) 자영업 열풍 베이비부머 은퇴 후 창업전선 나서

올해 고용지표의 최대 특징은 자영업 취업자 수가 급증한 것이다. 1~11월 자영업자 수는 월평균 13만5000명 늘어났다. 지난달 증가폭이 둔화하긴 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16개월 연속 증가 행진을 이어왔다. 연간 지표와 비교하면 역시 2002년(13만9000명)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자영업자 수는 2001년 18만7000명까지 늘어나며 창업 열풍을 반영한 바 있다.

이후 카드대란 등이 겹치며 감소하던 자영업자 수가 올 들어 ‘2차 폭발기’를 겪은 것은 인구구조와 관련성이 높다. 은퇴를 맞은 베이비부머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손쉬운 자영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업종별 분류를 봐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영세 자영업자가 선호하는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는 올해 11만1000명 급증했다. 업종별 신분류가 적용된 2004년 이후 매년 감소했지만 지난해 2만2000명 플러스로 전환한 뒤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용 근로자(1~11월)는 올해 월평균 43만4000명 늘어났다. 지난해 증가폭인 57만5000명보다는 24.5% 적다. 대기업이나 제조업 분야 일자리 증가 속도가 더뎠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3) 취업 주축은 실버세대 50대 이상 첫 50만명대 돌파

올 들어 11월까지 연령별 취업자 수를 분석한 결과 실버세대의 성적이 두드러졌다. 5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7만6000명 늘어나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22만4000명 급증하며 1964년 관련 통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이들을 모두 합한 50대 이상 취업자 수는 50만명으로 사상 처음 50만명대를 기록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역시 원인이다. 은퇴 이후 넉넉한 여유를 즐기기엔 노후 대비가 부족해 결국 취업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 구조상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많다.

반면 청년층 고용은 여전히 부진했다. 1~11월 20대 취업자 수는 3만5000명 감소했다. 다만 감소폭은 2003년 이후 가장 작았다. 인구구조에 따라 청년층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지만 청년층 고용률 자체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11월에는 20대 후반(17만6000명 감소)에서 주로 취업자가 줄어들었다.

(4) 제조업은 막판 뒷심 車·기계장비 등 수출 힘입어 회복

올 들어 11월까지 제조업 취업자 수는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우 미미한 수치다.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12만6000명 감소)을 보내고 2010년엔 19만명대까지 급증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상반기 위축됐던 제조업 고용은 지난 7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11월엔 제조업 취업자 증가폭이 16만4000명으로 크게 확대됐다. 기획재정부는 자동차와 기계장비, 정보통신업 등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인력 수요가 늘고 있다고 풀이했다. 경기회복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됐지만 일부 업종은 수출에 힘입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종은 보건복지 등 사회서비스업과 음식업 등에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젊은층이 선호하는 일부 업종은 고용이 저조했다. 특히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은 1~11월 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2008년 이후 최저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