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포털 업체들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반발이 전 세계에서 놀라울 정도로 없는 것은 이용자들이 침해 실태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고려대가 주최한 ‘사이버공간 안전과 프라이버시 아시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에릭 클레몬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64·사진)는 12일 “구글 등 포털 업체는 이용자가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이메일을 발송하는지, 온라인으로 무슨 상품을 구매하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훔쳐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한·미·일 3국의 온라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사이트들이 수집한 사생활 정보를 이용하는 것을 ‘알고도 찬성한 이용자’는 1~2%에 불과했다. 그는 “이용자가 모르면 모를수록 침해는 더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치밀하지 않은 법적 규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클레몬스 교수는 일본을 예로 들며 “소프트뱅크가 소유해 통신법의 엄격한 제약을 받는 야후재팬은 사용자의 이메일 정보를 알 수 없지만 구글재팬은 내용을 읽고 저장·분석까지 할 수 있다”며 “법이나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례가 세계적으로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포털 업체들이 이 같은 ‘구멍’을 의도적으로 이용한다”며 “자율적인 규제를 믿으면 안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클레몬스 교수는 “포털 업체들은 개인정보를 광고 등에 이용하면 1년에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법의 허술한 부분이 메워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대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용자에게 개인정보 수집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클레몬스 교수는 “예컨대 병원 진료 기록을 이메일로 보내기 전에 포털 업체에 수집될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두 곳 이상의 국가에서 사업하는 회사는 규제가 엄격한 나라의 법을 따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가 가벼운 국가를 핑계삼아 사적인 정보를 침해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