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2금융권 '쏠림'…서민 허리 더 휜다
2금융권에 대한 가계부채 규모가 은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보다 10~20%포인트 높은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2금융권 대출이 늘면서 다중채무자, 저소득·고연령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457조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2금융권의 가계부채는 429조원에서 464조원으로 35조원 증가했다. 은행 대출 증가액의 2.7배에 달한다. 단위농협 등 상호금융사(11조원), 보험사(6조원), 새마을금고(4조원), 카드사 등 여신금융사(3조원) 등의 부채증가가 두드러졌다.

2금융권으로의 가계부채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은행 가계대출보다 1조원가량 많았던 2금융권 가계부채는 3월 말 5조원, 6월 말 7조원 등으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8조원에 달하는 대부업체의 대출과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불법 사채시장까지 감안하면 비은행권 가계대출 규모는 훨씬 커진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가계들이 자연스레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풍선 효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따라 공격적으로 가계대출 영업을 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초과대출이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 위험이 커지면서 만기 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이들이 ‘급전’을 빌려야 할 때 2금융권을 찾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10~20%포인트나 높아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9월 기준 연 4.86%다. 2금융권 가운데 그나마 대출 금리가 낮은 단위농·신협은 연 5~10% 수준이다. 저축은행과 카드사(카드론)는 금리가 연 15% 안팎에 이른다. 캐피털사들은 연 30%에 가까운 금리를 물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2금융권을 찾는 이들에게 늘어나는 고금리 부채는 부실화될 위험이 더욱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은행과 2금융권 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약 200만명에 달하는 다중채무자들의 2금융권 대출이 부실화하면 곧바로 은행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악화에 따라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들도 2금융권 대출액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60대 이상 고령자들의 경우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실장은 “2금융권 가계부채가 늘어난다는 것은 가계 전체의 금리 부담이 높아진다는 의미”라며 “특히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져 부실화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이상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