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못갚는 '깡통상가' 속출
2006년 경기 안산 고잔신도시의 한 상가를 매입한 김모씨(56)는 4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시 감정가는 6억2000만원. 하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임차인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김씨는 결국 상가를 은행에 넘겨야 했다. 올 들어 두 차례 유찰된 상가는 세 번째 입찰에서 가까스로 3억2500만원에 낙찰됐다. A은행 관계자는 “7500만원을 손해보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며 “경매 낙찰가가 대출금에도 못 미치는 상가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상가 가격 폭락으로 경매로 처분해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 상가’가 전체 상가의 25%(대출금액 기준)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은행권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연체율도 2년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국내 은행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현황 및 잠재위험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내 6개 시중은행(우리 국민 신한 하나 농협 기업)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상가, 사무실, 공장 등 포함)은 196조8000억원으로 전체(823조9000억원)의 23.9%를 차지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1.9% 증가한 데 이어 올해 5월까지 4.9%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11%대 이상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대량 은퇴 등으로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창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상가를 담보로 한 개인사업자 대출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경기 침체 가속화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상가 담보대출의 연체율이 크게 늘고 있어 가뜩이나 높은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중산층 및 서민경제에 또 다른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대출연체율은 1.44%로 2009년 9월(1.5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또 상가 담보대출 중 대출금이 경매낙찰가를 웃도는 상가가 전체의 2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6개 은행의 상가대출 규모가 6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17조원 정도의 대출은 경매에 부쳐도 대출원금을 못 건진다는 얘기다. 이 같은 추정도 경매낙찰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지역 평균낙찰률(상가 63.0%)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깡통 상가는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정환/이상은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