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MB정부와 '선긋기' 나섰다
새누리당이 이명박(MB)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에 나섰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마다 이의를 제기하며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대선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사업이 계속 미뤄질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끌려가는 형국이다.

○정부 정책마다 이의 제기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2일 기자와 만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이나 KTX 일부 구간 민영화, 차기 전투기 선정 등의 사업은 다음 정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필요한 사업도 있지만 국민의 동의도 받지 못했고 찬반 양론이 있어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며 “특혜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박근혜계인 조원진·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매각 등의 문제는 현 정부가 아닌 차기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연내 매각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인 우리금융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진 의장은 “우리금융 문제는 아직 검토도 하지 않았다”며 “다른 사업과 비슷하게 보면 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 사업은 정부가 이번 정부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새누리당은 냉담하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18대 국회에서 계속해온 ‘9인회동(국무총리, 대통령실장, 정책수석,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 의장 등 당·정·청의 고위 9인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을 19대 국회에선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도 19대 국회의 원내 지도부가 구성된 뒤 공식적인 당·정 협의는 지난달 27일 한 번에 그쳤다. 그마저도 “최근 문제가 된 가뭄이나 화물연대 파업 등에 대해 정부에 경고하려던 차원”(당 정책위 고위 관계자)이었다.
새누리, MB정부와 '선긋기' 나섰다
○“표 떨어질라”

이 같은 행보는 올 12월 대선전략과 무관치 않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 속의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인기를 더 얻었는데, 인기가 떨어진 현 정권과 공조하면서 여당도 한편으로 몰리면 대선에 절대 불리하다”(고위 당직자)는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정부 사업뿐 아니라 정책에도 딴죽을 걸고 있다. 정부가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을 7월 중 인상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서민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불만이다. 오는 27일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하고 본입찰을 실시하는 등 우리금융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적자금 회수라는 정부의 기본 책무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며 “차기 정권으로 미루면 또다시 2년 이상 지체되고 말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천공항 지분 매각과 관련, “다음 정권에서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지분 매각의 법적 근거를 위해 연내 항공법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했다.

김재후/이심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