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업계 지원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정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정상화뱅크’를 통해 금융권의 부실 PF 채권을 2조원까지 사들이고, 회사채 발행이 힘든 중소 건설사에 3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행사(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실이 건설사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방안도 마련한다.

◆건설사 총력 지원

민간 배드뱅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운영하는 PF정상화뱅크는 지난해 부실 PF 채권 매입에 8000억원가량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는 규모를 2조원으로 늘린다. 우선 오는 9월까지 1조원을 쏟아붓고 나머지 1조원은 연말까지 사용한다. 은행권이 보유한 부실 PF 채권을 모두 정리하고도 남는 금액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PF정상화뱅크는 시행사 교체, 사업구조 변경 등 구조조정(리스트럭처링)을 통해 매입한 사업장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채권은행과 PF대주단 간 분쟁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금융감독원이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용도가 낮아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 건설사 지원에도 적극 나선다. 이달 초까지 6차례에 걸쳐 1조3000억원어치 발행한 P-CBO 규모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P-CBO는 중소 건설사와 비건설사의 회사채를 절반씩 묶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든 뒤 신용보증기금이 신용을 보강해서 매각하는 채권담보부증권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3조원(건설사 1조 5000억) 규모의 P-CBO를 발행, 중소 건설사의 자금난에 숨통을 터줄 계획이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 활성화, 최저가낙찰제 보완 등 건설산업 체질 강화책도 마련한다. 리츠의 임대소득 공제(50%) 일몰 기간을 올 연말에서 2015년 말로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저가낙찰제 공사에서 설계 변경이 이뤄질 경우 발생하는 추가 공사비를 전액 인정하고 지급해주는 등 ‘적정 공사비 확보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부실 시행사 구조조정 쉽게

건설사들이 하반기 정책 방향에서 큰 관심을 갖는 항목 가운데 하나는 ‘사업시행권 취소 방안’이다. 그동안 시행사는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도 속칭 ‘도장값’이라고 불리는 사업시행권을 무기로 적자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보증채무자인 건설업체에 무리한 수익 보전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문제 사업장의 조속한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해 사업계획 취소 사유를 기존 ‘사업계획 승인 2년간 공사 미착수’ 외에 △경·공매로 인한 토지소유권 이전 △부도 △착공 후 공사 2년 이상 중단 등의 조건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로써 자금력 없는 시행사 퇴출이 한결 쉬워진다.

아울러 ‘부동산 사업평가체계’를 도입, 부동산 개발 사업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관심이다. 정부는 시행사의 전문성, 사업의 수익성 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토대로 PF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은 “P-CBO 발행 등이 건설사의 자금 압박 해소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업인가권을 취소할 수 있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PF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건설업 회생 방안’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지만 부동산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당장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금융권의 PF 부실을 줄이는 데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회수된 자금이 다시 건설업계로 흘러들어와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P-CBO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CBO는 여러 개의 채권을 한데 묶고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거친 다음 해당 채권(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이다. 신규 발행(프라이머리)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CBO를 P-CBO라고 한다. 신용도가 낮아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2000년 도입됐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