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 있는 대형 전자제품 양판점 요도바시카메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 TV매장으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LG전자의 스마트TV가 눈에 들어온다. 마쓰이 쇼지로(松井昭二郞) 점장은 “4층 전체 매장 가운데 LG TV가 차지한 자리가 특등석”이라고 말했다.

요도바시카메라가 LG TV를 ‘명당 자리’에 전시한 이유는 세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은 찾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마쓰이 점장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가전업체 매장은 한산한 반면 LG TV 앞에는 사람들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일본 전자업체의 부진도 LG TV가 선전하는 배경이다. 제품 경쟁력이 예전보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올 들어 일본 내 TV용 패널 공장을 5곳에서 2곳으로 줄였고, 히타치와 도시바는 아예 일본 생산을 포기했다.

가격 인하에만 집착한 일본 가전업체들의 전략도 ‘일제(日製) TV’ 판매가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아키하바라 전자제품 매장 관계자는 “일본 메이커들은 큰 공장을 지어 가격을 인하하는 데만 몰두해 정작 고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년에는 LG전자에 이어 평면TV 세계 1위인 삼성전자도 일본에 진출할 전망”이라며 “관련 업계에서는 일본산 TV가 일본 전자제품 매장에서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