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고 일자리를 찾은 게 미국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잡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논문도 많이 쓰고 교육법도 더 연구해 경력을 보다 높이 쌓겠습니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오거스타캠퍼스의 경영학 교수로 임용돼 오는 8월부터 강의를 시작하는 박상현 교수(31·사진)는 28일 “고학력자도 눈높이만 조절하면 해외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대전과학고 출신으로 KAIST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경영공학과에서 회계학 전공 과정을 밟았다. 박사과정 마지막 해인 작년부터 미국경영학회, 유럽경영학회 등 해외 세미나에 적극 참여하면서 해외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을 알린 끝에 이 대학 교수가 됐다. KAIST에서 학부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토종’ 박사가 미국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꿰찬 것은 박 교수가 처음이다.

박 교수의 해외 경험은 아버지인 박경량 한남대 교수가 안식년을 맞아 중학교 3학년 때 1년간 미국 앨라배마에서 공부한 것이 전부다. 박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연구중심대학(리서치스쿨)과 취업중심대학(티칭스쿨)이 확실히 구분돼 있고, 티칭스쿨에 먼저 자리를 잡고 경력을 쌓은 뒤 하버드나 예일 같은 리서치스쿨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거스타캠퍼스 같은 티칭스쿨은 교수 연봉이 낮고 수업을 많이 해야 하는 대신 자리를 구하긴 상대적으로 쉽다”며 “영어는 의사소통 정도만 할 수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에 국내 고학력자들도 해외에서 자리잡는 것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KAIST 경영대학원은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해 졸업생들의 해외 취업을 권장하고 있다. 이 대학원 출신 토종 박사인 박 교수 외에도 12명의 교수가 스위스, 호주, 싱가포르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1996년 개원해 역사가 17년밖에 되지 않는 학교로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박 교수가 학위를 받은 회계학 과정은 전체 졸업자 4명 중 3명이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

박 교수는 “해외에 나가면 KAIST뿐 아니라 국내 대학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특히 KAIST는 전공 세미나를 모두 영어로 진행하고 해외 학술대회에 나갈 때 출장비를 지원해주는 등 지원 제도가 잘돼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 경영학의 흐름이 금융·재무에서 기업경영과 회계로 복귀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트렌드를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금융공학과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이 경영학의 중심이 됐던 때도 있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실물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가치를 분석하는 회계가 주도적인 위치를 잡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잘 짚는 것도 좋은 일자리를 잡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