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공단은 삼성전자 온양공장(반도체 조립라인)에서 일했던 김모씨(37)의 재생불량성 빈혈(백혈구·혈소판 등이 감소하는 질병)에 대해 산재 승인을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김씨는 1993년 12월부터 약 1년간 삼성전자 기흥공장(반도체 가공라인)에서, 그 후 약 4년5개월간 온양공장에서 일했다.

공단은 “근무 과정에서 벤젠이 포함된 유기용제와 포름알데히드 등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1999년 퇴사 당시부터 빈혈과 혈소판 감소 소견이 있었던 점 등이 고려돼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됐다”고 전했다. 벤젠과 포름알데히드는 재생불량성 빈혈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산업재해 논란은 2007년 시민단체 ‘반올림’이 만들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백혈병 또는 폐암 환자가 모인 단체다. 2010년에는 전 반도체 공장 직원 등 5명이 산재 불인정 결정을 했던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이 가운데 2명이 지난해 6월 1심 판결에서 산재 인정을 받기도 했다. 공단은 이 판결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지난해 6월 판결에서 온양공장 근로자는 패소했는 데 이번 결정으로 2심에서 승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판정은 명확한 발병 원인을 발견한 게 아니라 영향 가능성만으로 산재를 인정한 것으로 근로자들의 보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따른 판정”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