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에 사는 김모씨(46)는 지난 주말 청주에 갑자기 갈 일이 생겼다. 새벽에 출발하는 바람에 주유소에 들르지 못하고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수원IC 근처에 도착하자 계기판에 휘발유가 부족하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전날 퇴근하면서 좀 늦었다는 이유로 저렴한 가격에 파는 주유소에 들르지 않고 집으로 곧장 왔던 게 화근이었다.

당황한 김씨는 2~3㎞ 달려 첫 번째로 나온 기흥주유소에 들어가 50ℓ를 주유했다. 그런데 서울 시내에서 주유할 때보다 6000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 주유소가 시내 주유소보다 더 비싸다는 생각을 가져온 김씨는 깜짝 놀랐다. 김씨는 “주유원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넣을 수 있는 ‘알뜰주유소’라는 얘기를 듣고 기분좋게 다녀왔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서기 시작한 알뜰주유소가 고속도로 이용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고속도로 휘발유 평균가격보다 ℓ당 50원 정도 싸고, 서울 시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보다는 95원가량 저렴하다.

어!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이 더 싸네

◆유류 판매량 증가, 개설 혜택도 듬뿍

알뜰주유소는 고속도로 이용객들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월9일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경부·부산방향)에 1호점을 내면서 탄생했다. 문경, 칠서, 단양, 안성휴게소 등 모두 22개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알뜰주유소에서 판매한 총 유류량은 27만4000ℓ로 집계됐다. 일반주유소였던 시절 판매한 유류량보다 53.6% 더 팔려나간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하루평균 120만명이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품질 좋은 유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며 “이용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 농협 등 공공기관과 공동입찰을 통해 휘발유 및 경유를 저가로 구입함으로써 판매가격을 낮췄다. 이를 통해 종전보다 약 50원 낮아진 가격으로 판매한다. 셀프주유기를 이용하면 20원이 추가 할인되고, 알뜰제휴카드인 우리카드와 우체국체크카드로 결제하면 50원의 할인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

도로공사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일반주유소에 대해 지원을 늘리고 있다. 외장 인테리어비 2000만원, 셀프주유기 3기 설치비 6000만원, 배관 등 시설공사비 3000만원 등 총 1억1000만원을 무상 지원한다. 또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관리원의 연간 품질보증시험 검사비 600만원 중 540만원을 정부로부터 보조받는다.

◆연말까지 100개 이상으로 확대

도로공사는 알뜰주유소가 고속도로 이용객들로부터 인기를 끌자 이를 전 고속도로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속도로 이용객들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이달 말까지 주암(호남·논산방향) 용인(영동·서창방향) 구정(동해·동해 방향) 지리산(팔팔·양방향) 옥계(동해·속초방향) 등 9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알뜰주유소가 들어선다. 차동민 도로공사 휴게시설운영팀장은 “당초 예정보다 빠르게 알뜰주유소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6월 말이면 50개의 알뜰주유소가 운영돼 보다 많은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유류 할인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오는 5월 초까지 50개, 올 연말까지 100개 이상을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주유소는 167개소. 이 중 민자주유소 25개소, 정유사 투자 주유소 8개소 등 33개소를 제외한 나머지 주유소는 2015년까지 알뜰주유소로 모두 전환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로 유사석유 판매나 품질 부적합 등 불법행위로 1467개 주유소가 적발됐지만, 고속도로 주유소는 단 한 건도 적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도로 주유소는 수시로 품질 및 정량검사를 철저히 한다”며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관리원의 품질보증시험을 연간 10회 의무검사를 받을 정도로 까다로운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