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보그'…담뱃값 올린후 점유율 '뚝'
지난해 4월 말 ‘던힐’ ‘보그’ 등의 담배 가격을 200원씩 일제히 인상했던 BAT코리아가 오는 12일부터 ‘보그’ 가격을 2500원으로 다시 내리기로 했다.

BAT코리아는 “기획재정부에 갑당 2700원인 보그의 가격을 12일부터 2500원으로 내리겠다고 신고했다”며 “보그 가격만 내리는 것일 뿐 주력 브랜드인 던힐은 인하 계획이 없다”고 7일 밝혔다.

담배업체가 가격을 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BAT코리아가 가격을 인상한 뒤 점유율이 계속 떨어져 업계 2위에서 3위로 내려간 것이 이번 인하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담배시장에서 2위를 지키던 BAT코리아가 지난해 가격 인상 후 필립모리스코리아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BAT코리아가 가격을 올린 이후 담배업체들의 점유율이 크게 출렁거렸다”며 “올해 초 KT&G가 가격 인상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방침에 밀려 보류했다”고 말했다. BAT코리아가 가격을 올리기 전인 지난해 3월 56.5%였던 KT&G의 시장 점유율은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올 1월 60.3%로 올랐고, 업계 3위였던 필립모리스코리아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7.4%에서 22.7%로 올랐다. BAT코리아의 점유율은 18.4%에서 10.7%로 크게 떨어졌다.

이번 가격 인하와 관련해 BAT코리아 관계자는 “던힐 켄트 럭키스트라이크와 달리 보그는 슈퍼슬림 담배 브랜드로 매출 비중이 1%도 안된다”며 “시중에 나와 있는 얇은 담배들의 가격이 2500원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보그만 가격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격을 올린 뒤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니까 비교적 매출 비중이 낮은 보그를 시험삼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BAT코리아의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JTI코리아는 작년 5월 ‘마일드세븐’의 가격을 200원 올린 뒤 판매량이 감소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도 지난달 10일 ‘말보로’ ‘팔리아먼트’ ‘라크’의 가격을 갑당 200원, ‘버지니아슬림’을 100원 인상한 이후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