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때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 대출자 세 명 중 한 명은 원금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육박하고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의 20%가량이 올해 만기도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출 만기를 대거 연장하는 비상조치가 없으면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된다” 89.6%

한국은행이 전국 도시지역의 203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금융회사에서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돈을 빌린 대출자의 31.1%는 “만기에 원금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원금 상환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58.1%였다. 이현진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의 대출자 중 상당수는 신용대출자”라며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기 도래 시 대처 방법으로는 47.2%가 전액 만기 연장을 꼽았다. 전액 상환하겠다는 응답은 22.8%에 그쳤다. 대출 상환방법을 보면 원리금분할 상환이 56.5%, 만기일시 상환이 33.8%였다.

만기일시 상환이 아니라 매달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대출자도 고통을 겪고 있다. 원리금 상환대출자 중 원금과 이자 상환이 생계에 부담이 된다는 가구가 전체의 89.6%에 달했다.

◆“10년 내 내집마련 가능” 52.5%

현재 부동산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는 가구는 65.3%, 낮다고 생각하는 가구는 15.1%였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응답이 34.9%로 내릴 것이란 응답 28.1%보다 많았다. 작년과 비교하면 상승 전망은 7.6%포인트 감소한 반면 하락 전망은 6.4%포인트 늘었다.

10년 내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가구는 52.5%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집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임금소득 정체와 물가상승 등으로 가계의 생활고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으로는 ‘물가 및 부동산 가격안정’을 꼽은 가구가 5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용확대(21.4%), 성장(18.8%) 순이었다. 최근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지만 소득분배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가구는 8.2%에 불과했다.

◆변동금리 대출 56.4%

전체 대출 중 은행대출이 절반을 넘었다. 전체 대출자의 54.0%가 은행을 이용했다. 금리는 변동금리가 56.4%로 가장 많았다.

가계대출 금리를 변동에서 고정으로 바꾸기를 희망한 가구는 30.9%였다. 그러나 ‘높은 고정금리’(40.1%), ‘번거로운 절차’(28.6%), ‘중도상환수수료’(14.6%) 등의 문제로 전환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에 신규대출 또는 만기연장을 신청한 가구는 22.5%다. 대출용도는 생활자금이 32.2%로 가장 많았다. 사업자금(18.1%), 주택구입(17.7%), 전세자금(11.6%)이 뒤를 이었다.

대출을 희망한 금액만큼 받지 못한 가구는 30%가 넘었다. 금융회사 문턱이 높았다는 얘기다. 결국 비은행 금융회사(50.5%)나 사채(21.5%)를 통해 부족분을 채웠고 추가 대출을 포기했다는 응답도 19.0%나 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