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株 '불편한 진실'…내부자는 팔았다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기업가치와 관계 없이 주가가 급등하자 해당 기업의 일부 대주주와 임원들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주식을 속속 처분하고 있다. 테마주의 최대 수혜는 내부자들이 누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던 테마주들이 내부자들의 매도 과정에서 폭락하면서 개미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테마주 대주주 등 고점에서 장내 처분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교육 테마주로 분류됐던 코스닥기업 아이넷스쿨의 대주주 일가와 임원들이 지난달 회사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대주주인 복진환 대표는 지난주 37만8663주를 장내에서 주당 816원에 팔았다. 대주주의 특별관계인인 복진호 복승아 복지영 복윤수 씨도 총 105만여주를 장내에서 처분했고, 이규섭 전략기획본부장도 20만주를 매도했다. 애플이 최근 디지털 교과서 애플리케이션 ‘아이북2’를 공개하면서 온라인 교육업체 아이넷스쿨이 테마로 묶이면서 주가가 지난달 5배 폭등하자 앞다퉈 지분을 장내에서 매도한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테마로 묶였던 가비아인포뱅크도 주가가 오르자 내부자들이 줄줄이 보유 주식을 현금화했다. 웹 서비스 전문기업 가비아의 이호복 인터넷사업 총괄이사는 18만6293주를, 원종홍 기획재무 총괄이사는 5만주를 각각 지난달 장내 매도했다. 2대주주인 서은경 씨도 12월과 1월에 걸쳐 10만주를 팔았다. SNS 블로그 등을 통한 정치활동이 허용된다는 소식이 지난해 말 전해지자 가비아는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같은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상한가 행진을 벌였던 인포뱅크도 마찬가지다. 홍승표 미디어사업부장 등 임원 4명은 총 9만2420주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클라우드컴퓨팅 테마주로 지목됐던 모바일리더도 지난달 주가가 급등하자 2대주주인 이성균 씨가 5만3150주를 처분해 지분율을 기존 6.61%에서 5% 미만으로 낮췄다.

테마주의 중심에 섰던 대선 관련주들의 내부자들도 발빠르게 지분을 털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2대주주인 원종호 씨는 보유 주식 10.8% 가운데 16만7993주(1.6%)를 장내에서 팔아 235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구본철 아가방앤컴퍼니 기획총괄이사와 우리들생명과학 대주주의 특별관계인인 이서군 씨는 작년 말에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

줄기세포 관련주인 메디포스트도 바이오 테마를 타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양윤선 대표를 비롯해 황동진 사장, 오원일 부사장이 지난달 주식을 대량 매도해 200억원 상당을 현금화했다.

◆“내부자 지분 처분은 주가 거품 방증”

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의 내부자들이 주가 급등을 틈타 앞다퉈 주식을 팔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기 주가 급등이 기업 가치 상승과 관계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나 임원들의 지분 매각 시기를 전후로 테마주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2대주주의 차익실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틀간 20%가량 급락했다. 아이넷스쿨도 지난달 19일 고점을 찍은 뒤 엿새 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가비아는 최근 나흘간 16% 급락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달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 상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 내부 사정이나 성장 동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내부자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는 것은 주가에 거품이 심하게 끼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테마주에 따른 내부자가 수혜를 보고, 개미들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형/안재광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