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선배일땐 괜찮았는데 팀장되더니 왜?
“‘당신 회사가 하는 업의 본질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해 보면 대부분 당황하는 기색으로 ‘뭐, 값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팔고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는 것 아닌가요’라든지, ‘우리는 제조업을 합니다’는 식으로 대답한다면 ‘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의 본질은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아 이윤을 얼마나 남기는가, 기업이 내놓은 제품이 어떤 종류인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객가치와 관련된 한 차원 높은 개념이다.”

한국의 피터 드러커를 꿈꾼다는 류랑도 씨가 재미있는 책을 내놨다. 샐러리맨 용어 사전이 아닌 《회사 개념어 사전》이란 제목을 달았다. ‘고객’ ‘상사’ ‘보고’에 대한 정의는 물론이고 성과 및 실행 목표, 미션과 비전 등 혼동하기 쉬운 개념어를 실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골프든 수영이든, 어떤 운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라며 “스타플레이어의 현란한 기술은 모두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이는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상사에 대한 개념 정리가 눈길을 끈다. 입사 초기 둘도 없이 잘 지내던 선배가 상사가 되면 사이가 틀어지는가 하면, ‘회사 보고 들어왔다가 상사 때문에 나간다’는 말도 있듯이 상사 혹은 상관은 대체로 피하고 싶은 존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상사를 고객으로, 그것도 내가 만족시켜야 하는 ‘제1 고객’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좋지 않은 상사라 할지라도 그를 성공시키는 것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현실을 깨닫고, 건강한 팔로어십을 발휘하라고 조언한다. 단 여기에는 상사 역시 비전 제시, 동기 부여, 객관적인 평가라는 본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샐러리맨은 종업원이 아닌 구성원이 돼야 한다고도 한다. 종업원은 시키는 대로 일하지만, 구성원은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 또 종업원은 주인이 있어야만 일하지만, 구성원은 모두가 주인이 되는 조직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이 외에도 고객 만족을 지향하는 ‘경영’과 업무 만족만을 지칭하는 ‘관리’, 프레임을 짜는 ‘기획’과 그 프레임을 채우는 ‘계획’, 비즈니스 기회로서의 ‘영업’과 고객창출 기회로서의 ‘마케팅’의 차이 등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기존 샐러리맨들이 모호해하는 개념에 대한 정의가 신선하고 명쾌하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