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50년후 지구촌 75%가 선진국"…신흥국이 '富의 지도' 다시 그린다
‘미국은 끝났다. 중국을 영접하라.’

[책마을] "50년후 지구촌 75%가 선진국"…신흥국이 '富의 지도' 다시 그린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미래를 보는 눈들이 확 달라졌다.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장이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로 확대된 게 좋은 예다. 세계 무대의 변방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죽기살기로 달려온 신흥국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의 패권을 거머쥘 나라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2001년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공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스펜스 뉴욕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걸음 나아가 신흥국들에 의해 세계 경제의 지형도가 바뀔 것이라고 단언한다. 몇몇 선진 대국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에서 중국 인도 등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신흥국들이 글로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시대,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격차가 무너져 똑같은 생활수준을 향유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 시대의 도래를 예언한다. “50년 뒤면 세계 인구의 75% 이상이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소비 및 에너지 사용량 또한 증가하는 선진국에서 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스펜스 교수는 이를 지구촌 모두가 잘사는 ‘공영(共榮)혁명’이라고 부른다. 최근 펴낸 책 《넥스트 컨버전스》에서다.

스펜스 교수는 오늘을 시점으로, 지난 50년의 과거와 앞으로 펼쳐질 50년의 미래를 더해 100년간 세계 경제의 맥을 짚는다.

1750년까지 세계는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다. 산업혁명으로 영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가 부자가 됐다. 1950년까지 이들 나라 국민의 평균 소득은 500달러에서 1만달러로 20배나 뛰었다. 그러나 지구촌 인구의 15%만이 그 혜택을 누렸다. 7억5000만명이 산업화된 국가에서, 나머지 40억명은 뒤처진 나라에서 살았다. ‘분리의 시대’였다. “그 전에는 이처럼 큰 격차를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두 진영의 경제 수준은 차이를 보였다.

2차대전이 끝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 브라질은 지속적인 고도성장 패턴을 보였고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경제가 뒤를 따랐다. 태국 인도네시아 보츠와나 등이 성장 확장 패턴에 합류했고 중국 인도 베트남도 고도성장 행렬에 들어섰다. 대개는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72의 법칙’이 적용돼 이들 나라의 소득과 생산력이 10년마다 두 배씩 늘었다. 선진국의 평평한 성장곡선에, 신흥국의 치고 올라가는 성장곡선이 한 점을 향한 것이다.

앞으로 50년 뒤의 세계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스펜스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 인도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나누는 차이가 그리 크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개도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데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개는 풍요롭게 사는 지구촌이 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신흥경제국 및 저개발국이 현재의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도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과 내·외부 동력이 필요한지, 미국과 유럽 선진국 경제의 정체 현상은 어떻게 전개될지 등에 대해 조언한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경제의 도전과 과제를 집중 분석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문제와 정보기술(IT)의 발전, 글로벌 거버넌스가 신흥국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도 진단한다.

스펜스 교수는 “신흥경제국들이 선진국 수준의 소득 및 구조로 수렴되면 세계 경제 규모가 60조달러에서 180조달러로 커진다”며 “이에 앞서 천연자원과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성장의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세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협력적인 규제 체제와 정책을 통해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며 “신흥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통화 및 환율 시스템 구축, 세계 경제의 개방성을 위협하는 선진국의 보호무역 움직임 등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