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産 '황금어장' 한국…그속엔 軍유착 의혹이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9월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무기도입에 커미션(수수료)을 줄이면 무기구입 예산의 20% 정도는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무기 중개상(에이전트)과 군 관련자들의 유착을 막기 위해 정부 간 직구매(FMS)방식을 늘리기로 했다. 또 해외 무기 제작사가 반드시 중개상을 활용하겠다고 하면 계약조건을 명시하고 공개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역대 정부에서 무기 중개상들의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한 대책들을 내놨지만 최근까지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은 무기 중개업체를 세우고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 8월 검찰 수사를 받았다. 최근엔 무기 중개상 정모씨가 독일 잠수함 도입 과정에서 100억원대 부패 혐의에 연루돼 현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무기 중개상은 자주국방 기치를 내걸고 전력증강 사업에 들어간 1970년대 중반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등록된 무기 에이전트는 700여개에 달한다. 한 무기 중개상은 "분단 상황 때문에 한국은 황금어장으로 불린다"며 "방위산업 규모가 크다 보니 국내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방산 업체 관계자는 "직원 수십 명을 거느린 에이전트가 있는가 하면 1,2명밖에 안되는 곳도 적지 않다"며 "상위 10여개 사가 외국 무기도입 사업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방산 관계자는 "노출은 곧 퇴출이라는 불문율이 있어서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전직 군 관계자나 군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형 전투기와 헬리콥터,미사일,전함,탄환 등에 이르기 까지 거의 모든 군수품을 취급한다.

국제무기 거래는 정부가 일괄 구매해 다른 나라에 파는 FMS와 무기 생산업체가 다른 국가와 직접 판매 계약을 맺는 상용베이스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FMS는 중개상이 낄 틈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하고만 FMS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무기상이 받는 수수료는 천차만별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계약액의 1~5% 정도 된다"고 말했다. 정모씨가 중개한 잠수함 계약금액은 25억유로(약 3조8500억원)이며 수수료로 2000년부터 최근까지 계약액의 약 3.8%에 해당하는 9500만유로(약 1460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개상의 역할에 따라 5%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09년 러시아제 무기 도입 사업(불곰)에 연루됐던 이모씨는 3400억원 상당의 무기를 중개하고 7.3%에 해당하는 250억원을 수수료로 받았다.

무기 중개상의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적 견해가 갈린다. 군 관계자는 "외국어와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고,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제대로 맺고 있는 중개상들이 적지 않아 활용을 잘 하기에 따라선 구매액을 낮출 수 있는 등의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무기 에이전트 상당수가 군 출신이다 보니 군 당국과의 유착관계로 인한 물의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회 국방위 소속 안규백 의원(민주당)은 "내년 총 13조원 규모의 무기 기종이 결정되는데,과거 대형 무기 도입에서 발생한 비리를 연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