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 카드 썰어 넣으며 '수수료 분풀이'
"음식업이 봉이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즉각 낮춰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8일 열린 한국음식업중앙회의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는 마치 '카드업계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경찰 추산 5만명(주최 측 추산 7만5000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더 내리라"는 음식점업계의 요구가 거셌다. 국회의원 80여명이 방문한 가운데,여야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는 '화끈한 공약'을 쏟아내고 떠났다.

◆"카드사 돈잔치 더는 못 돕겠다"

중앙회가 내건 핵심 요구사항은 △일반음식업종 수수료율을 1.5%로 낮추기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 △일몰제를 적용받는 '의제매입세액공제' 법제화 △인력난을 막기 위한 '외국인근로자 고용제한' 완화 등 세 가지다.

이날 관심은 최근 사회적 관심을 받은 수수료율 문제에 집중됐다. 경기장에 걸린 현수막 100여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수료율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담았다. '300만 외식업 종사자 대동단결하여 수수료 인하 쟁취하자!''불황에 울고,카드수수료에 운다!' 등이 눈에 띄었다.

경북 김천에서 올라온 서모씨(50)는 "월 매출 1000만원에서 순이익이 100만원 남는데 여기에 카드 수수료로 15만원을 뗀다"고 말했다.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제갈창균 씨는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카드사들은 2005년 이후 매년 2조원대 돈잔치를 하며 자영업자의 생계를 짓누르고 있다"며 "대전에서 34년째 음식점을 했는데 더 이상은 구정물 묻혀가며 일해 번 돈을 카드사에 바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서승철 씨는 "카드사 사장님들은 300만 외식인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면서 "자영업자를 상대로 쉽게 돈 벌려 하지 말고 글로벌 시대에 해외로 진출해 통 크게 영업하라"며 울분을 쏟아냈다.

◆7년 만의 '솥단지 퍼포먼스'

주최 측은 신용카드 모형을 가위로 잘라 지름 2m의 대형 가마솥에 집어넣는 '솥단지 퍼포먼스'를 벌였다. "카드 때문에 장사를 못 해먹겠다"는 항의의 뜻에서 2004년 참여정부 당시 벌였던 솥단지 시위를 7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박순곤 대구 참한우갈비 사장(55)은 "오늘 연설한 여야 대표들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100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이 행사는 중앙회가 음식점 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을 알리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정부 후원을 받아 개최하는 연례 행사로,매년 6000명가량이 참가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카드 수수료 논란과 맞물리면서 평년보다 규모가 커졌고 분위기도 강경해졌다.

남상만 한국음식업중앙회장은 "현실이 워낙 참담하기 때문에 하루 영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중심가 '점심대란' 없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직장인과 시민들은 점심 식사시간에 큰 불편을 겪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 취재진의 확인 결과 서울 종로 · 광화문과 명동 일대 중심가 사무실 밀집 지역의 식당은 대부분 문을 열었다.

남대문 인근 회사에서 근무하는 김신형 씨(32)는 "점심은 구내식당을 이용하려다 혹시나 해서 나와봤는데 문 닫은 식당이 아무데도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현일/임현우/김우섭/하헌형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