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코스피지수가 또 다시 급락하고 있다. 미국 더블딥(이중침체)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겹치며 기록했던 8월 저점(1684.68)까지 갈아치우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가격 조정의 '제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1650선을 지지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7.8% 급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왔던 1700선을 하향 이탈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1700선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개인을 중심으로 투매성 물량이 나오자 속절 없이 무너졌다. 장중 한때 1644.11포인트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새로운 'D'에 대한 공포가 떠오르고 있다"며 "유럽국가에 대한 재정위기가 금융권의 자금 경색과 이탈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D'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일방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유럽 은행들이 원활하게 증자하지 못할 경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이 독일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 중 한 가지 문제라도 발생할 경우 신용 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다만 독일이 EFSF 증액안을 승인해 이 자금 중 일부가 유럽 부실은행 증자에 쓰이고,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그리스에 대한 나름의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식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될 경우 코스피는 청산가치에 적용되는 PBR 1배 수준(1650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PBR 0.8배 이하로 주가가 내렸었지만 이를 적용할 경우 코스피는 현재보다 20% 가량 더 빠져야 한다"며 "이러한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강 팀장은 "청산가치에 적용하는 PBR 1배는 극단적인 수준에서 적용하는 것"이라며 "금융회사나 특정국가의 파산시에나 일시적으로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도 "2차 하락국면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지수는 당분간 박스권 내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1년이상 만기 유동성 공급등 금융안정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 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락 추세가 강화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