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무료관리 믿고 계약했다가 2억 손해"
서울 대치동에 사는 K씨(55)는 역삼동 테헤란로변 연면적 4000㎡ 빌딩을 시세보다 10% 싸게 사려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부동산 자산관리 업체를 통해 기본적인 실사를 마치고 1주일 후 계약 장소에 나갔으나 건물주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없었던 일로 하자"고 말했다. 건물주의 친척인 관리인이 월세 임대차계약서 몇 개를 전세계약서로 바꿔 보증금을 유용,매도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대형 빌딩보다 수요가 많아 환금성이 뒷받침되고,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중소형 빌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중소기업 구조조정 빌딩은 잘 고르면 시세차익도 가능해 인기다. 전문가들은 "빌딩 상태,임대관리,적정 시세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좋은 조건에 매각 서두르면 '조심'

70대 L씨는 시중은행 PB센터 도움을 받아 7개월 전 서울 선릉역 이면도로에 있는 9층 빌딩(연면적 2500㎡)을 샀다. 그는 연간 수익률이 10%를 넘는 임대차내역서를 제시하면서 관리도 무료로 해주겠다는 중개사의 말에 바로 도장을 찍었다.

빌딩을 사들인 첫째 달에 임대료가 50% 체납되더니 3개월 사이 체납 임대료가 1억원을 넘어섰다. 매도인이 건물을 쉽게 팔려고 임대차 조건을 주변보다 부풀렸고 입주하지 않은 업체도 두 곳이나 있었다. 중개인이 기존 유흥주점과 중복되는 임대차계약을 임의로 맺어 1억원 정도의 손해배상금을 주고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일까지 겪었다.

◆'현 상태로 인수' 조항 피하라

"빌딩 무료관리 믿고 계약했다가 2억 손해"
'현 상태로 건물을 인수한다'는 조항을 넣은 한 페이지 분량의 약식 매매계약서도 주의 대상이다. 인수 후 유리창 파손,기계식 주차시설 미작동,엘리베이터 고장 등을 발견하면 수선 비용을 고스란히 매입자가 부담해야 한다. 임대차계약 내용까지 책임지는 독소 조항이기도 하다.

K씨(62)는 서울 구로동 빌딩을 '현 상태로 인수'했다. 그는 세들어 있는 병의원이 10개월 밀린 임대료로 의료장비를 매도인에게 넘겨줬음을 뒤늦게 알았다. 앞으로 임대료가 체납되면 받아낼 방도가 마땅치 않아 걱정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마스터PB는 "무료 관리 등에는 문제를 덮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며 "수익률도 주변에 비춰 적정수준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임대조건도 재점검해야

최근 서울 신촌에 있는 한 빌딩을 매입한 오모씨(57)는 임대료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전 건물주가 빌딩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해 임차인에게 인테리어 비용과 보증금을 빌려주고 이 비용을 임대료와 함께 받아 임대료가 부풀려졌던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빌딩투자 수입은 임대료가 결정하는 만큼 주변 시세를 비교 · 분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빌딩관리 문제점,임대료 수준 적정 여부,불법으로 증축한 시설은 없는지도 필수 점검 항목이다.

부동산 자산관리 업체인 글로벌PMC의 김용남 대표는 "계약에 급급한 일부 중개업소들이 빌딩 상세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자산관리 전문업체를 통해 종합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