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시가총액 1위 탈환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판도가 바뀌는 서곡으로 해석된다. 국내 증시에서도 이를 반영,IT 관련 종목 간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IT기업이 집중된 코스닥시장에서는 게임주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종목들이 최근의 반등장을 주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종지수는 지난 9일 이후 24.99% 올라 상승률에서 다른 업종을 압도했다.

◆반등장 달구는 게임주

게임주들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른 최근 급락장에서도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오르거나 소폭 하락으로 선방했다. 이후 반등장에선 상승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이달 초부터 12일까지 코스피지수가 15.93% 급락하는 동안 5.23% 하락에 그쳤다. 17일엔 전날보다 4.44%(1만4000원) 오른 32만9500원에 장을 마치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전인 1일(32만7000원)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네오위즈게임즈 컴투스 JCE 게임빌 위메이드 등 게임주들도 폭락장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비해 인터넷포털 대장주인 NHN은 포털 부문의 성장 정체 등으로 주가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 같은 주가 차별화로 한때 엔씨소프트와 두 배 이상 벌어졌던 시가총액 차이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NHN과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각각 8조5667억원과 7조1955억원이다.

◆'미운 오리' 소프트웨어주의 권토중래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도 괄목할 만하다. 연초 1만9300원에 불과했던 안철수연구소는 이날 31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올 들어 60.62%(1만1700원)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증시가 급락한 와중에도 이달 들어 8.45% 올랐다. 인프라웨어가 최근 5거래일 동안 25.30% 상승한 것으로 비롯해 다우기술(14.57%) 더존비즈온(15.75%) 등도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7월 한글과컴퓨터가 여덟 번째 주인에 넘어가며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암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 반전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환기된 결과로 분석된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향후 IT 경쟁력에서 지식재산권 중심의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도 돛 달아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LG유플러스에 클라우드컴퓨팅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안철수연구소도 네트워크 보안제품의 매출 확대에 힘입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4.81% 늘어난 43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공격적인 설비 투자로 1분기에 영업손실을 본 인프라웨어는 2분기 들어 8억원 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네트워크 보안 등 전통적인 분야는 물론 클라우드컴퓨팅,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하드웨어에 비해 장기간 소외됐던 현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게임주도 중국의 '게임 한류' 바람에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플랫폼 시장이 열리면서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모바일게임 전문업체인 게임빌은 2분기 스마트폰 게임 매출이 61억원으로 전 분기(16억7000만원)보다 259% 늘었다. 이제 태동 단계인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모바일 시장에서 거둬들인 성과다. 컴투스도 2분기 스마트폰게임 부문 매출이 4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14% 늘었다.

손성태/노경목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