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Toshiba Corporation)가 최근 400억원을 투자한 유니슨 인수 작업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도시바측 인사를 이사에 선임하고 금융권 부채의 출자전환과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니슨은 내달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유니슨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주식발행 관련 등 정관 규정을 일부 변경하고 도시바측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 회사가 주식, 사채권의 발행한도를 확대하는 등 주식발행 관련 정관 규정을 변경하는 것은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도시바의 전환사채 전환물량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감자설도 사그러들 전망이다.

도시바는 지난달 27일 400억원 규모의 유니슨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내년 5월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 28%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 최대주주인 이정수 회장은 지분 22.5%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량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이 회장은 경영 실패에 책임을 지고 지난 2월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도시바는 당시 "유니슨과 제휴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유니슨의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의해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며 "경영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도시바의 유니슨 인수를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우리에겐 전자회사로 잘 알려져있지만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 업체 가운데 하나"라며 "일본 원전 사고로 사업 방향 전환이 급박해진 도시바 입장에서는 2메가급 풍력발전기 제조기술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유니슨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바의 전환사채 투자도 도시바측이 서두르면서 이뤄졌다"며 "조만간 채권단의 채무조정이 마무리되면 도시바의 움직임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바는 유니슨 외에 스위스의 스마트미터(전자식 전력량계) 제조기업 랜디스기어를 1900억엔에 인수키로 합의하는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집중키로 했다. 도시바가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지금까지 사업의 중심이었던 원자력 사업 전망이 지난 3월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원전사고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향후 3년간 7000억엔을 들여 에너지 분야 등에서 적극적으로 기업간 인수·합병(M&A)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설비투자, 연구개발 등을 합친 총 투자금액은 과거 사상 최대인 3조엔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편 도시바의 참여로 유니슨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최근 "유니슨은 이미 풍력발전기(연간 1000MW), 풍력타워(연간 1000세트), 단조품(연간 14만톤) 등 충분한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의 저조한 가동률(풍력발전기 1.3%, 단조 7.3%)은 도시바로부터의 수주가 진행 될 경우 회복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