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 정식 개장 1주년을 맞는 서울 동남권 복합유통단지인 가든파이브가 장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장지동에 건립된 패션 · 영 · 리빙 · 테크노관,웍스관,툴관 등 6개관 가운데 일부만 상업시설 명목을 유지할 뿐 여전히 절반가량의 매장이 텅 비어 있다.

◆개장 1년에도 절반가량 비어 있어

신발 완구 피혁 등의 매장으로 구성된 10개층의 리빙관은 30일 층별로 4~5명의 상인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신발 매장인 3층 에스컬레이터 옆 가게는 아예 '돈 통'을 판매대 위에 올려놓은 무인점포였다.

전기 · 전자 제품 매장으로 기획된 테크노관은 더 썰렁했다. 테크노관 1층에서 유일하게 문을 열고 있는 가전매장 점주인 송연주 씨(57)는 "청계천 변에서 장사를 하다 4억원에 분양을 받아 작년에 매장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없어 적자만 쌓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리빙관 및 테크노관과 같은 건물에 있는 11층짜리 패션관과 영관은 그나마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랜드리테일이 1~7층을 통째로 임차,1년 전 개장 때부터 엔씨백화점과 킴스클럽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 건물에서 길 하나 건너편의 웍스(works)관은 총 734개 방이 일반사무실과 아파트형 공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웍스관과 나란히 있는 툴(tool)관은 2267개 공구상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지만,1층에만 불꺼진 매장들이 있을 뿐 2층 이상은 에스컬레이터조차 운행되지 않았다. 당초 가든파이브는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면서 가게를 헐리게 된 청계천변 공구상가와 왕십리 일대 상인들에게 대체상가를 마련해준다는 명분으로 지어졌지만 아직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태에 대한 이해 부족이 침체 불러

영업침체가 장기화되자 가든파이브를 관리 · 운영하는 서울시 SH공사는 활성화기획단을 조직,분양과 임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수한 SH공사 가든파이브 활성화기획단 팀장은 "툴관 지하 1층에 내달 말 이마트가 들어서면 상가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민간업체를 통한 분양 · 임대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SH공사는 공사대금 1조3000억원을 전액 차입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분양과 임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복합쇼핑몰'이란 업태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구성요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탓이란 지적이다. 복합쇼핑몰 컨설팅 전문 유통공간개발연구소의 이상천 대표는 "복합쇼핑몰은 상가 기획부터 개발,매장구성,완공 후 관리 · 운영,홍보 ·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한 업체가 일관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00% 임대가 아니면 이처럼 체계적이고 통일된 복합몰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복합쇼핑몰 기본개념서 해법 찾아야"

근본적인 대안은 복합쇼핑몰의 기본개념으로 돌아가 새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SH공사가 투자자 모집에 열을 올리는 것보다는 전문가 집단에 맡겨 상가활성화를 위한 거시적인 그림을 마련하는 일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유선화 가든파이브 상인비상대책위원장도 "상가 활성화를 간절히 바라는 실수요자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참여한 활성화위원회 등을 통해 공청회나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